남자 테니스 대표팀이 입촌한 충북 진천선수촌. 6명의 선수가 24일 선수촌 실내테니스코트에서 몸풀기에 나섰다. 내년 시즌 준비와 함께 3월로 다가온 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키180cm가 훌쩍 넘는 정현(19ㆍ삼성증권 후원)과 임용규(24ㆍ당진시청) 사이로 작고 가냘픈 고교생이 뒤따른다. 올 시즌 주니어 세계랭킹 2위로 마무리한 홍성찬(18ㆍ횡성고ㆍ771위)이다. 키 175cm로 테니스 선수치곤 작은 편인 홍성찬은 덩치가 큰 형들 사이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제법 비범한 재능을 숨기고 있는 ‘매운 고추’다. 그는 내년부터 본격 시니어 무대에 진출해,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줄 작정이다.
홍성찬은 주니어로서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5년을 온 힘을 다해 보냈다. 출발부터 좋았다. 지난 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테니스 주니어 남자 단식에서는 준우승을 거두는 파란을 일으켜 한국 테니스의 기대주로 우뚝 섰다. 호주오픈 전까지만 해도 홍성찬은 여러 명의 주니어 선수 중 한 명에 불과했지만, 그랜드슬램대회 결승 무대에 선 경험을 발판으로 도약을 거듭했다. 9월 US오픈 주니어에서도 8강에 올랐고, 지난 11월 주니어로 뛰는 마지막 대회였던 이덕희배 국제주니어선수권과 서귀포 국제주니어 챔피언십에서는 2주 연속 우승을 거뒀다. 한 해의 끝과 시작이 모두 ‘창대’했던 셈이다.
성공적으로 주니어 경력을 쌓은 홍성찬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에 입문한다. 그는 “내년부터는 퓨처스 위주로 경기를 뛰어 300위 내로 랭킹을 올릴 예정이다. 그 뒤에 챌린지급 대회에도 진출할 것”이라면서 “내년 한 해 동안 퓨처스에서 2~3개의 우승을 따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홍성찬은 주니어 랭킹을 2위로 마무리하면서 성인 무대에도 연착륙할 수 있게 됐다. 주니어 랭킹을 2위로 마무리한 홍성찬은 내년 4월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 마스터스에 출전한다. 주니어 랭킹 1~8위 선수들이 출전해 실력을 겨루는 대회로,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1만5,000달러의 투어지원금이 주어진다. 또 성적에 따라 챌린지 및 퓨처스 대회 와일드카드를 손에 쥘 수 있다. 다른 주니어 졸업자들보다 훨씬 유리한 환경에서 시니어 생활을 시작하는 셈이다.
장점이자 단점은 작고 날렵한 몸. 홍성찬은 시니어 무대에서도 이 ‘비장의 무기’가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신체가 작은 편이라 상대 선수들이 얕보고 제대로 준비를 안하고 나오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코트 위에서 돌변하는 게 나만의 무기”라고 힘 줘 말했다. 실제 일본의 세계적인 톱스타 니시코리 게이(25)도 키가 178cm이지만 반박자 빠른 발을 앞세워 세계랭킹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운동해온 정현은 자극제이자 롤모델이다. 정현보다 한 살 아래인 홍성찬은 줄곧 “정현 선배가 성공했으니, 그 뒤를 따를 후배들이 바로 나와줘야 한다”면서 책임감을 보였다. 때로는 넘어보고 싶은 상대다. 홍성찬은 “어린 시절부터 현이 형한테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시니어 무대에서 만나면 꼭 한번 이겨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테니스 국가대표 감독이자 홍성찬이 입학 예정인 명지대 노갑택(51) 감독은 “정현이 지난 한해 동안 매우 빠르게 투어 선수로 성장했다. 옆에서 지켜본 홍성찬 역시 보고 느낀 것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감독은 이어 “홍성찬은 템포가 빠르고 디펜스 받아치는 능력이 뛰어나다.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하려면 세컨드 서브를 보완해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천=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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