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도시’ 천안에서 V리그 별들의 잔치가 펼쳐졌다. 크리스마스인 2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2015~16시즌 올스타전에는 5,172명의 구름관중이 몰려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올스타전이 크리스마스에 열리는 것은 프로배구 사상 처음이다.
정규리그 동안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던 선수들은 브라운 팀과 코니 팀으로 나눠 같은 유니폼을 입고 힘을 합쳤다.
승패부담을 떠나 득점이 터질 때마다 함성 소리도 커졌고 팬들의 성원 속에 선수들은 애교 넘치는 세리머니로 보답했다. 코니 팀에 속한 이재영(19ㆍ흥국생명)은 2세트 강타를 날린 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을 향해 웨이브를 추며 감독의 댄스를 유도했고, 박 감독도 이에 호응해 춤을 선보였다. 브라운 팀의 막내이자 이재영의 쌍둥이 동생 이다영(19ㆍ현대건설)역시 팀이 득점할 때마다 심판과 감독들에게 다가가 화려한 웨이브 댄스를 선보이며 코트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괴르기 그로저(31ㆍ삼성화재)는 경기 중간중간 관중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며 ‘응원단장’의 면모를 보였다. 문성민(29ㆍ현대캐피탈)은 속공이 성공한 뒤 공을 배에 넣고 관중석에 앉아있던 만삭의 아내를 향해 아기를 흔드는 세리머니를 보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올스타전 출전 규정에 따라 여자부 경기에 남자 선수가, 남자부 경기에 여자 선수들이 함께 나서면서 이색적인 볼거리를 더했다. V리그 통산 11번 열린 올스타전에 모두 출전한 베테랑 리베로 여오현(37ㆍ현대캐피탈)은 1세트 여자부 경기에서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캐릭터 브라운 인형 탈을 입고 뒤뚱거리며 코트에 나서 팬들에게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여오현은 인형 옷을 입고도 신기에 가까운 수비를 펼쳐 박수를 받았다.
감독들도 진지함을 벗고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다영의 서브가 아웃 판정을 받자 벤치에서 지켜보던 브라운 팀 김세진(41) OK저축은행 감독은 부심을 밀어내며 인이라고 주장했고, 이에 절친 김상우(42) 우리카드 감독은 주심에게 옐로카드를 뺏어 직접 김세진 감독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스파이크 서브킹과 서브퀸에는 송명근(22ㆍOK저축은행)과 이소영(21ㆍGS칼텍스)이 이름을 올렸다. 송명근은 1차 시기 시속 113km의 강서브를 선보였다. 지난해 챔피언 문성민은 두 번의 시도 모두 네트에 공이 걸리며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이날 우승의 영광은 합계 63-52로 브라운 팀에게 돌아갔다. 송명근과 배유나(26ㆍGS칼텍스)가 각각 8점, 7점으로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별중의 별’ 올스타 MVP는 문성민과 배유나가 차지했다.
한편 올스타들은 24일 ‘1일 소방교육’을 통해 소방관들의 직업을 체험한 뒤 1,000만원 상당의 미니 소화기를 기부했다. 한국배구연맹은 올스타전의 입장 수익금 전액을 유소년 배구발전기금으로 적립하고 브라운과 코니 인형 판매 수익금은 전액 유니세프에 기부할 예정이다.
천안=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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