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선두를 질주 중인 도널드 트럼프. 잇단 막말 파문 속에도 꺾일 줄 모르는 그의 인기 비결은 ‘짧고 단순한 어휘의 반복적인 사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AFP는 “공화당 대선 TV토론 중 지난 15일 토론에 출연한 후보 9명의 모두 발언과 마무리 발언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 후보가 가장 단순한 어휘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25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90초간 발언하면서 사용한 단어 중 세 음절이 넘는 어휘의 비율은 7%에 불과했다. 좋다(good), 나쁘다(bad), 어리석다(stupid), 위대하다(great) 등은 아홉 살 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중들에게 명확한 메시지와 확신을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리아 대통령인 바샤라 알 아사드를 평가할 때에는 “나쁜 남자, 아주 나쁜 남자(bad guy, very bad guy)”라고 짧고 반복적으로 말한다.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나 정적을 묘사할 때는 ‘어리석다’(stupid)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데 “어리석은 사람들이 나라를 운영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X됐다’(got schlonged)와 같은 욕설도 쏟아내지만, 이미 트럼프의 말에 매료된 지지층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나머지 후보들이 세 음절이 넘는 어휘를 사용한 비율은 트럼프의 두 배인 14%였다. 특히 지지율 2위를 기록 중인 테드 크루즈 후보의 경우, 24%에 달했다. 이는 15살 정도가 돼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트럼프 다음으로 단순한 어휘를 사용한 후보는 랜드 폴 후보로, 11살 수준의 어휘를 사용했다고 AFP는 덧붙였다.
피터 로울러 베리 칼리지 정치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특정 분야에서 통찰력이 부족하거나 무지한 경우가 있지만 유권자들과 청중들은 이 부분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뉴 바움 하버드대 언론학 교수도 “일부 사람들은 단순한 수사를 정직함으로 인식하며, 오히려 정교한 연설을 기만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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