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불산사고 늑장대처 비판에 설립
부처별 인력 파견해 대응·정보공유
실제론 소속기관 업무에만 매달려
업무량이 합동점검량 10배 달하기도
화학사고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통합해 만든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가 부처간 칸막이로 설립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국회입법조사처의‘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의 운영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합동방재센터의 핵심 조직인 환경팀(환경부 소속)과 산업안전팀(고용노동부) 등은 소속부처 고유업무 및 점검이 센터의 합동점검 업무보다 2~10배 가량 많았다.
합동방재센터는 2012년 9월 구미 불산사고 이후 부처 간 소통 부재와 늑장대응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되자 2013년 12월 만들어졌다. 부처간 정보공유가 안돼 당시 사고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불산사고 현장에 물을 뿌리며 화재진압을 하는 바람에 독성물질이 확산되기도 했다. 환경부의 화학물질 유해정보가 지자체와 소방당국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환경부와 국민안전처, 고용부 등 5개 정부기관은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사고에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 구미, 서산 등 6곳에 센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실태는 전혀 달랐다. 예를 들어 화학사고의 경우 사고물질별로 환경부와 고용부로 규제부처가 나눠져 있어 예방 단계부터 점검까지 합동업무를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파견 나온 각 부처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관할하는 규제업무를 하기에 바빴다. 보고서에서 한 지역 방재센터 관계자는 “(부처) 고유업무가 늘면서 사실상 센터 업무 수행은 벅차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지역 센터 관계자도 “제 업무를 하기 바쁘다. 이런 식이라면 각자 부처로 복귀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정기적으로 하는 편이 예산 낭비를 줄이는 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각 방재센터의 관할 구역이 지나치게 넓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예를 들어 경기 시흥시에 있는 시흥방재센터는 수도권을 포함해 강원 지역까지 담당하고 있다. 120㎞나 떨어진 강원 원주시에서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아무리 빨라도 출동부터 현장 대응까지 화학사고 대응 골든 타임인 30분을 훌쩍 넘길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혜경 입법조사관은 “각 소속기관의 고유업무는 본부로 이관하고, 합동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각 팀이 맡고 있는 부처 고유업무도 결국은 방재센터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인 화학사고 예방 업무에 포함되기 때문에 센터와 부처 업무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해명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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