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제주도 제기한 소송서 손 들어줘
대한체육회ㆍ승마협회 1억8,444만원 지급 결정
지난해 제95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 승마 종목은 개최지 제주도가 아닌 인천에서 진행됐다.
대한체육회는 전국체전 개막을 8일 앞둔 지난해 10월20일 제주지역 승마경기장 승인이 불가하다는 공문을 각 시ㆍ도 체육회와 대한승마협회에 보냈다. 대한승마협회가 제주대 승마경기장을 최종 점검한 결과 경기운영상 안전사유 때문에 공인 및 승인에 문제가 있어 개최 불가를 통보했다는 내용이다.
카누 등 일부 수상 종목을 제외하고 전국체전에서 한 종목이 개최지의 인접 지역도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치러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승마협회는 제주지역 승마경기장인 제주대학교 경기장의 바닥 재질, 배수 문제와 마사 부족 등을 지적했다.
앞서 제주도는 전국체전 개최에 대비해 60억2,500만원을 투입해 제주대에 국제공인 규격의 실외 주경기장, 연습 마장, 마방 등을 갖춘 승마경기장을 신축했다. 도는 별도로 9억원을 들여 진입로를 확장ㆍ포장하기도 했다.
결국 제주도는 전국체전이 끝나고 일방적 대회 개최지 변경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지난 2월 대한승마협회와 감독기관인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민사소송에 나섰다.
소송 결과 대한체육회와 대한승마협회가 제주도에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제주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유석동 부장판사)는 24일 제주도가 대한체육회와 대한승마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5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공동으로 원고에게 1억8,444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제주도가 전국체전 승마경기장 마련을 위해 막대한 경비를 지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대한승마협회는 제주도와 승마경기장과 관련해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으며 전국체전 경기가 제주에서 개최될 것이라는 원고의 정당한 기대권을 침해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인 승마경기장 배수문제와 관련 재판부는 “승마협회가 현장실사 전에 공식적인 통보가 없어 제주도가 경기장 바닥에 비닐을 덮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며 “또 큰 비가 없으면 승마경기를 치르는데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승마협회는 유독 제주경기장에 대해 바닥에 규사를 깐다거나 본마사가 200칸 이상이어야 한다는 등 국제경기수준을 요구한 것은 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국체전 관리감독 지위에 있는 대한체육회 역시 대한승마협회의 위법한 판단을 별다른 검토 없이 수용해 경기장 승인 불가 통보를 한 불법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제주도가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요구한 위자료 2억원에 대해서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