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영업상무라는 말이 있죠. 요즘 이 말이 정말 실감납니다.”
겨울축제를 준비 중인 강원도내 한 자치단체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아 행사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 음식점을 비롯한 지역 상인들도 지난 여름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문에, 올 겨울은 따뜻한 날씨로 1년 내내 특수가 사라질까 걱정이다. 엘리뇨 영향으로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겨울축제를 준비 중인 곳마다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24일 홍천강 꽁꽁축제 취소가 결정되면서 이런 걱정이 현실이 됐다.
홍천군과 축제위원회는 24일 긴급회의를 열고 다음달 1일부터 18일간 열기로 했던 ‘제4회 홍천강 꽁꽁축제’를 취소키로 결정했다.
축제장인 홍천강에 얼음이 얼지 않은 탓이다. 축제를 위해서는 얼음 두께가 적어도 15~20㎝는 돼야 한다. 그러나 엘리뇨 1월초까지 홍천지역 최저기온이 0도에서 영하 4도 안팎에 머무르고 낮에는 대부분 영상 기온을 보일 것으로 예보돼 축제가 어려울 것으로 군은 판단했다. 홍천군 관계자는 “현재 기상여건으론 도저히 축제를 개최할 상황이 못 된다”며 “조만간 회의를 다시 열어 얼음 낚시를 위해 구매한 송어 15톤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축제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알찬 기획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축제장에는 총 50만6,000여명이 다녀가 300억 원이 넘는 경제효과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축제에는 6년근 홍천인삼을 먹은 송어를 잡을 수 있는 낚시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평창 송어축제장 역시 날씨로 얼음이 얼지 않아 24일로 확정됐던 낚시터 운영이 27일로 연기됐다. 화천 산천어축제와 인제 빙어 축제장도 동장군이 찾아와 얼음이 단단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에선 얼음판 위에서 열리는 행사가 대부분인 겨울축제 컨셉트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지속적으로 평균기온이 오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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