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개정 고등교육법(시간강사법) 시행이 또다시 2년 유예된다. 2011년 제정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법안 시행으로 시간강사의 대량 실직사태가 우려된 데 따른 조치다. 시간강사들을 위해 만든 법안이 도리어 시간강사들을 거리로 내모는 수단으로 변질된 것 자체가 부실 입법임을 보여준다. 법안을 만든 교육부나 그런 법안을 통과시키고 몇 차례나 시행을 미룬 국회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2010년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목숨을 끊은 조선대 시간강사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시간강사법은 강사 교원지위 부여, 주당 9시간 이상 강의 전담, 1년 이상 임용 의무화, 4대 보험 적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월 100만원도 채 받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는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재정 부담을 꺼려 시간강사 수를 대폭 줄이는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시행을 두 차례 미뤘고,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이번에도 똑 같은 일이 되풀이됐다. 현장이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모른 채 감당할 수 없는 법을 만든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더 한심한 건 주무 부처인 교육부의 태도다. 법 제정 이후부터 이런 문제점들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개선요구가 제기돼 왔지만 교육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시간강사법 표류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뒤늦게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으나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TF회의가 열린 것도 두세 차례에 불과하고, 그마저 당사자들이 협상 테이블에 불참해 빈 손으로 끝났다.
교육부의 무성의한 전력으로 볼 때 뚜렷한 대책 없이 법 시행을 다시 2년 유예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앞으로 2년을 다시 가슴 졸여야 하는 시간강사들 입장에서는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간강사들 가운데 “일단 법을 시행한 뒤 개선책을 찾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은 그런 답답함의 표출이다.
국회는 이번에 유예를 결정하면서 교육부가 그 기간 동안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부대의견을 달았다. 시간강사와 대학ㆍ정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현행법을 보완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년 8월까지 국회에 제출토록 명시했다. 예전에 비해 문제를 풀어보려는 자세는 나아졌지만 국회는 여전히 뒷짐진 채 교육부에만 맡겨서 만족스런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국회 차원에서 특위를 만들어서 해결책을 찾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부실 입법을 한 당사자로서 국회가 책임 의식을 갖고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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