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리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3일 현행 정치자금법상 정당에 대한 후원을 금지한 규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당의 활동과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개정시한을 2017년 6월 말로 정해 이 해 12월 대선부터 정당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정당후원회 폐지 후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던 소수 정당들의 형편이 다소 나아질 전망이다.
원래 있던 정당후원회 제도가 ‘오세훈 법’에 의해 2006년에 폐지된 것은 2002년 대선 당시 ‘차 떼기 사건’이라고 불린 한나라당의 거액 불법정치자금 사건 때문이었다. 대기업이 수백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트럭째로 한나라당에 건넨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었다. 대기업과 유력정당 간 정경유착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그 창구였던 정당후원회가 폐지됐다. 그러나 정작 개인들의 소액 기부에 의존했던 소수정당들이 더 큰 재정적 타격을 입는 결과를 낳았다. 정당에 대한 현 국고보조금 제도가 다수 의석의 거대 정당들에게 유리하고 소수 정당에는 거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 탓이다.
정의당 등 소수당이 헌재 결정에 환영을 표시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헌재는 정경유착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당후원회제도를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할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정당활동과 국민의 정치적 표현 자유 차원에서 “일반 국민의 ‘정당’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를 원천 봉쇄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정당 후원회를 통한 소액 다수의 투명한 정치자금 기부 활성화는 정당정치 발전에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헌재의 결정은 다당제에 유리한 정치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도 정치독과점 기득권 구조인 양당체제에서 벗어나 다당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정경유착과 같은 폐해가 재발하는 것만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 기업이나 단체 명의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조항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이런 점에서 타당하다. 헌재의 지적대로 개인이 정당에 기부할 때 익명 기부를 금지하고 직업과 신원, 자금출처 등 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투명성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정당 후원회를 통한 모금이 가능해진 만큼 현행 국고보조금 제도를 보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동안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정당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되 정책경쟁 등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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