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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 논란 獨 보이텔스바흐 합의 참고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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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 논란 獨 보이텔스바흐 합의 참고할만”

입력
2015.12.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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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토론회. 참여연대 제공
23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토론회. 참여연대 제공

“나치조차 단일한 국정교과서를 전국적으로 도입하지는 못했다.”

이동기 강릉원주대 교수는 23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ㆍ독일ㆍ일본의 역사교육과 시민적 대안’ 토론회에서 19세기 후반 독일 제국시기에 민족주의와 국가 지배권력의 정치적 도구로 역사교육이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나치는 1933년 권력을 장악하자 마자 역사교육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며 “지침서를 학교 현장에 내려 보내는 한편 체제에 동조하지 않는 교사들을 학교에서 쫓아내는 작업을 병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 단일 국정교과서에는 실패하고 “1939년에 이르러서야 각 지역 역사를 반영한 여러 판본의 교과서를 발간하는데 그쳤다”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후 검인정 체제를 택한 1970년대 서독에서는 현재 한국이 겪는 것과 같은 역사교과서 정치성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독일 좌파는 교과서에 극좌 테러까지 두둔하는 내용을 삽입했다며 비판 받았고 우파 역시 민족주의에 갇혀 민주적 시민교육을 방해하는 교과서를 제작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문제의 해결에 나선 것은 역사교육 담당자들이었다. 이들은 보이텔스바흐라는 소도시에 모여 일주일간 치열하게 논쟁한 끝에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합의는 역사 수업에서 특정 견해의 강제적인 주입을 금지하고, 학교 수업에서 논쟁적인 쟁점을 충분히 논의해 학생들이 다원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함께 발제에 나선 장은주 영산대 교수도 “지금은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정교과서는 관점의 강요로 학생들의 민주적 시민성이 왜곡된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일방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교실에서 논쟁하도록 해야 한다”며 “학생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교과서 검인정 체제가 좀 더 완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는 “검인정 체제도 집필, 발행, 공급에 여러 제약을 가할 수 밖에 없는 제도”라며 “오히려 통제를 더 완화해 자유발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서는 교육이 정치권력에 종속되지 말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독립적 검정 심사 기구 마련 ▦교육과정과 교과서 발행 분리 ▦교과서 형태 다양화를 제안했다.

김육훈 독산고 역사교사는 “역사 교육은 민주공화국의 시민을 형성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며 “학생들이 민주공화국의 시민임을 배울 수 있도록 학교교육의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의 틀을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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