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과 리어나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개봉 전 온라인에 불법 복제ㆍ유출되면서 할리우드 영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23일(현지시간) 할리우드 리포터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타란티노 감독의 여덟번째 작품인 ‘헤이트풀8’은 이번 주 초 파일공유 사이트를 통해 불법 유출됐다. 이 영화는 내년 1월 초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2주 전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온라인 유출 첫 날 불법 다운로드 횟수는 구체적으로 잡히지는 않았지만, 최소 20만건에서 최대 60만건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영화는 비밀을 감춘 채 눈보라 속에 갇힌 8명이 광기의 하룻밤을 그린 웨스턴 서스펜스로 해외 시사회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던 기대작이었다.
역시 내년 1월 초 개봉 예정인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도 이번 주 초 온라인에 불법 유출됐다.
특히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연방수사국(FBI)은 영화의 온라인 불법 유출 진원지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일라이의 책’ 등을 제작한 영화사 알콘 엔터테인먼트를 지목하고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앞서 알콘 엔터테인먼트 공동 창립자인 앤드루 코소브에게 보낸 ‘헤이트풀8’의 시사용 DVD(Sreener)가 유출 원인이라는 것이다. 코소는 “나는 시사용 DVD를 보지도 만지지도 못했다”고 반박했으나, 회사 관계자가 이 시사용 DVD를 받고 서명을 한 서류가 나오면서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 FBI는 알콘 엔터테인먼트 내부자가 이를 불법으로 온라인에 올렸거나, 외부 사람이 이 시사용 DVD를 훔쳐 업로드 했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 수사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Hive-CM8’로 알려진 해커집단이 알콘 엔터테이먼트 온라인망에 접근해 영화를 유출해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해커 집단은 파일공유 사이트 채팅방에 “‘헤이트풀8’은 우리가 해킹한 영화 40편 가운데 하나”라며 “앞으로 개봉 예정작들을 속속 선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영화협회(MPAA)는 2003년 영화의 불법유출 방지 차원에서 시사용 DVD 제공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2004년에는 아카데미상 심사위원인 카르미네 카리디가 시카고에 있는 친구에게 시사용 DVD를 제공해 심사위원직을 박탈당했다. 지난해에는 소니 픽처스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 개봉을 앞두고 ‘평화의 수호자’(GOP)라는 단체로부터 해킹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시사용 DVD 불법 복제ㆍ유출 사건이 잦자 월트 디즈니사는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에 앞서 특정 DVD 플레이어에서만 작동하는 시사용 DVD를 제작, 심사위원단에 배포하기로 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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