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겨울이다. 좋은 소식보다는 우울한 뉴스가 더 많다. '삼성 왕조'와 류중일(52) 감독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은 올 겨울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전력 구성부터 구단 상황까지 대대적인 변화의 기로에 놓였다. FA(프리 에이전트)로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내야수 박석민(NC)이 팀을 떠났고, 마무리 투수 임창용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같은 혐의에 연루된 윤성환과 안지만의 거취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23일에는 외국인 타자 나바로와의 협상도 사실상 결렬됐다. 3루수 박석민에 이어 2루수 나바로 등 올해 골든글러브 수상 내야수들이 모두 팀을 떠났다. 지난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패해 5년 연속 통합 우승이 좌절된 데 이어 스토브리그에서도 주축 선수들이 잇달아 이탈해 내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하지만 방향은 확고하다. 삼성은 올해도 외부 FA를 잡지 않았다. '오버 페이'를 하며 FA 시장에 나서는 대신에 내부 육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지난해 BB아크를 개관하며 자체 육성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줬다.
특히 내년부터 삼성 구단은 '대변화의 시대'에 접어든다. 우선 홈구장을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신축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로 옮긴다. 또 삼성 라이온즈가 2016년 1월1일 제일기획으로 공식 이관되면서 구단의 운영 방식도 달라진다. 모기업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아 구단을 운영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자립형 구단'으로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힘을 길러내야 하는 입장이다. 타 구단들이 앞다퉈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액'을 경신하며 검증된 용병과 재계약에 나서거나 유망주 외국인을 데려오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삼성은 외국인 투수 구성에 지난해와 똑같은 135만 달러(웹스터 85만 달러, 벨레스터 50만 달러)만 사용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류중일 감독은 차분히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을 줄줄이 잃었지만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으려고 애쓰고 있다. 나바로와의 재계약 불발에 대해선 "선수에 끌려가는 구단과 감독이 될 순 없다"고 확고한 입장을 드러냈다.
삼성은 2010년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통합 4연패를 일궈냈고, 올 시즌에도 정규시즌 정상에 오르면서 '왕조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삼성과 류 감독은 이제 가장 큰 암초를 만났다. 하지만 이번 위기마저 넘어선다면 삼성의 야구가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크다. 류 감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성적을 내면 더욱 빛날 것이다"며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류중일 삼성 감독.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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