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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사퇴만이 답”… 文의 조기선대위 카드도 비토

입력
2015.12.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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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내현 의원(광주 북을)이 탈당을 선언한 23일 새정치민주연합은 뒤숭숭했다. 임 의원의 탈당으로 8명의 광주 지역구 의원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절반인 4명으로 줄어든 가운데 조만간 추가 탈당도 이어질 것으로 알려져 야당의 텃밭인 광주는 새정치연합은 사실상 진공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문재인 대표는 ‘조기 선거대책위원회’카드를 수용하면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분당(分黨) 사태에서 키를 쥐고 있는 김한길 의원이 거부하면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사면초가에 직면한 형국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과 무소속 박주선 의원(왼쪽)이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김의원 사무실에서 현안에 대한 회동을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과 무소속 박주선 의원(왼쪽)이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김의원 사무실에서 현안에 대한 회동을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비주류 압박에 “조기 선대위 제안”수용

야권 분열 와중에도 마이웨이를 선언했던 문 대표는 이날 조기 선대위 카드를 받아들였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선대위를 조기 출범시킬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공감한다. 당내 공론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혁신을 지키고 통합을 이룰 수 있다면 대표직에 아무 미련이 없다. 혁신 원칙을 끝까지 지키겠다. 통합을 위한 노력도 마지막 순간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며 “통합만 이뤄진다면 저는 뭐든지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언급은 비주류의 공세를 막고 현역 의원들의 연쇄 탈당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앞서 문 대표에게 조기선대위 구성을 제안했던 수도권 의원들과 중진들은 이날도 잇따라 성명서를 내고 문 대표의 결단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중진 의원들은 이날 긴급 오찬 회동을 갖고 “현 당내 상황의 타개책으로 조기선대위 구성을 당 소속 의원들 전체에게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는 당을 빠른 시일 내에 안정화시키고 공정한 공천 관리와 총선 승리를 위해 20대 총선에 관한 모든 권한을 선대위에 위임하고 당 대표와 최고위는 일상적 당무만 보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의원 모임도 이날 문 대표를 향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는 이달 중 선대위를 꾸린 후 선거관련 모든 권한을 선대위에 위임 ▦선대위는 혁신과 통합의 정신이 구현될 수 있게 공정하게 구성 ▦당 대표는 선대위 조기 구성 후 일상적 당무와 함께 야권의 연대와 통합을 위해 헌신 등 3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 대표 측에서는 대표의 거취 문제와 함께 총선 공천권까지 선대위 넘겨야 한다는 일부의 언급에 반발하고 있다. 문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일부에서 당헌ㆍ당규에도 없는 선대위에 공천권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혁신과 통합을 얘기하면서 결국 또 공천권을 들먹이는지 답답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의원 측 “문 대표 사퇴 아니면 답 없다”

그러나 분당 사태 확산의 키를 쥐고 있는 김한길 의원이 문 대표의 선대위 카드 수용을 사실상 일축하면서 상황이 더욱 꼬이게 됐다. 김 의원은 이날 문 대표의 입장 발표를 전해 듣고 “제 고민의 주제는 총선에서의 야권승리로 어떻게 정권교체까지 실현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라면서 “고민 속에서 제 거취문제는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날 김 의원을 잠시 만난 이종걸 원내대표는 “많은 이야기를 못 나눴지만, (김 의원의) 마음이 (당을) 떠난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으며, 김 의원의 측근도 “문 대표가 살신성인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조기선대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의 탈당 결행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탈당파인 무소속 박주선 의원과도 회동 하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문 대표가 사퇴를 하고 통합을 해서 하나된 당으로 가야 한다”며 문 대표의 사퇴 요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문 대표는 안철수 신당이라는 외부의 공세는 물론 안 의원과 조율하고 있는 김 의원의 내부 공격을 동시에 막아야 하는 형국에 직면했다. 김 의원은 “신당 추진 세력들이 통합된 신당을 추진해야 경쟁력과 확장력이 커질 수 있다”며 새정치연합과의 전선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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