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만성 염증성 질환 ‘베체트병’으로 앞이 보이지 않고 걷는 게 불편한 조 모씨는 지팡이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하다. 지팡이가 있어도 여전히 불편했다.
조씨는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발로 지팡이를 치고가 자주 넘어졌다”고 말했다. 조씨는 보통 지팡이가 아닌 다리가 4개인 지팡이도 써봤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발이 지팡이 다리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생겼다.
그러나 조씨는 이제 넘어지지 않는다. 특별 제작된 지팡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리 수를 3개로 하고 다리 크기는 축소한 지팡이다. 지팡이 무게를 늘리고 중간에 스프링도 장착해 사용자들이 쓰다가 넘어지는 일을 예방했다.
조씨는 “인하대 학생들이 불편함을 잘 이해하고 지팡이를 개선해줘 쉽게 넘어지지 않는다”며 “이제는 걷기가 편해졌다”고 말했다.
넘어지지 않는 지팡이를 만든 학생들은 인하대가 지역사회 봉사 프로그램으로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나눔의 공학’ 수업(3학점)을 듣는 공학도들이다. 공학을 결합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과 학습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는 이 수업에는 지난해 31명이, 올해는 26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과 특수학교인 연일학교 등과 교류하며 지팡이 외에도 지적장애 학생들을 위해 부딪쳐도 다치지 않는 이동 책상, 체격이 왜소한 장애인을 위한 자동 크기 조절 변기 시트 등을 제작했다. 지난해에는 시각장애인 부모를 위한 아이 위치 알림 애플리케이션 등을 만들었다.
정호진(화학공학 2년)씨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기여할 수 있어 뿌듯했다”며 “다른 어떤 수업보다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시각장애인, 점자도서관 관장 등과 인터뷰해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독서 등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알리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도 했다.
기획을 맡은 진성희 인하대 미래융합교육원 교수는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전공지식과 인성을 함양하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해외처럼 나눔 활동에 대한 많은 지원이 뒤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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