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그라운드에서 가장 빛난 선수를 뽑는 대한축구협회(KFA)의 ‘2015 올해의 선수상’은 손흥민(23ㆍ토트넘)과 지소연(23ㆍ첼시 레이디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세계 최고의 클럽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함께 누비고 있는 두 사람은 명실공히 축구 대표팀의 간판 스타이자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한국 축구의 ‘홍보대사’가 아닌가. 실제 21일 팬들이 뽑은 올해의 베스트 선수에도 손흥민-지소연 남매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KFA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 영광의 트로피는 김영권(25ㆍ광저우 에버그란데)과 조소현(27ㆍ인천현대제철)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은 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5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에서 각각 남녀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2013~14년 2년연속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던 손흥민과 지소연의 3년 연속 수상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축구계는 오히려 김영권과 조소현의 수상을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두 사람의 수상은 ‘이름값’이 높은 선수보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했던 ‘살림꾼’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자 했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의중이 드러난 결과다. 올해의 선수 선정에서 기술위원회의 투표는 50%의 비중을 차지했다.
김영권의 수상은 공격수만 주목 받기 쉬운 환경에서 수비수가 최고 선수로 평가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김영권은 대표팀의 중앙 수비를 맡아, 20번의 A매치 중 17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 역대 최다 무실점 경기 기록을 내는데 막중한 역할을 했다. 그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소속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또 지난 8월 동아시안컵에서는 주장을 맡아 팀의 우승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김영권은 “상을 타게 돼 너무 기분 좋지만 조금은 얼떨떨하다”면서 “국가대표팀의 무실점이 가장 큰 수상요인이라 본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소현 역시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대표팀 주장으로서 한국 여자축구를 사상 첫 16강으로 이끈 공을 인정 받았다. 이어 동아시안컵 한ㆍ일전에서는 천금 같은 동점골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소현은 “대표팀을 대신해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년 리우올림픽에 처음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두 사람은 기뻐할 새도 없이 다시 신발끈을 바짝 조여야 한다. 여자 대표팀은 당장 내년 2월말 일본 오사카에서 개막하는 2016 리우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조소현은 여자 대표팀에 대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얻으려는 투지와 집착이 대단한 것 같다”고 강조하며 “올림픽 예선은 월드컵 예선보다 더 힘들 테지만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인 걸 알기에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권이 뛰는 슈틸리케호 역시 2018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길목에서 더 강한 상대와 싸워 나가야 한다.
한편 리스펙트상에는 지난 2월 태국에서 열린 킹스컵 우즈베키스탄전과의 경기에서 상대 편 선수에게 얼굴을 가격당하고도 참을성을 발휘한 심상민(22ㆍFC서울)에게 돌아갔다. 또 올해 신설된 영플레이어상에는 FIFA U-17(17세 이하) 칠레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찼던 이상민(17ㆍ울산현대고)과 여자축구 수비수 홍혜지(19ㆍ고려대)가 선정됐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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