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헤어진 연인이 사줬거나 사연이 깃든 물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볼 때마다 생각이 나는 경우다. 지난 22일 헤어진 연인의 물건을 기부하기 위해 100여명이 서울 시청 스페이스노아에 모였다.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가 마련한 ‘좋은 이별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들은 헤어진 연인의 물품을 기증하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작가 임경선씨와 함께 이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정성이 깃든 물품이 아닌 이별 관련 물품도 기부에 의미가 있을까. 행사를 기획한 아름다운가게 측은 “본인에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기부라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상과 밀접한 나눔 행동이라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물품 기증에 이어 진행한 이별을 주제로 한 사연 낭독회에서 사유리는 “좋은 이별,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이별은 아픈 것 아니겠냐”면서 “하지만 이별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또 그 과정을 어떻게 극복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거 같다”고 했다. 사유리는 이어 “연인과의 이별뿐 아니라 친구, 부모님, 반려견과의 이별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올 텐데 그 순서는 알 수가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떠나간 연인을 잊지 못해 괴롭다는 고민에 대한 조언도 참가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사유리는 “떠나간 연인을 기다리는 마음은 잘 알 것 같다. 예전에 방송 프로그램‘미녀들의수다’도 헤어진 남자친구가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 출연했던 것이다”면서 “하지만 결국 자신에게 가치를 두지 않은 사람에게는 가치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고 답했다.
임경선씨는 ‘좋은 이별’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 사람이 강자, 나쁜 사람이 되고, 차인 사람이 약자, 착한사람이 되어버리는데 결국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이기적인 것은 마찬가지”라며 “이별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내가 아픈 마음을 보듬으려고 하는 만큼 상대 마음도 관대하게 인정해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또 “헤어진 연인에 대한 마음을 접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적응도 단련도 안된다”며 “하지만 결국 시간만이 해결해주는 것 같다. 또 내 인생에 찾아온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순수한 마음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 참석자들이 기증한 물품은 아름다운 가게 매장을 통해 판매되며, 판매 수익금은 국내외 소외이웃을 돕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