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세 자녀를 둔 B씨(30대)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해외 구매대행을 해주겠다는 메시지를 받은 B씨는 현지 물품을 국내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계좌로 대금을 입금했다. 자신도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라고 본인을 소개한 판매자는 배송일을 수차례 미루다 자신의 SNS 계정을 삭제하고 잠적했다. B씨는 수차례 판매자와 연락을 취해봤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고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 연합뉴스
■ "나 믿지?" 생활형 사기에 키즈맘 눈물
2030 키즈맘을 대상으로 한 SNS 사기가 급증하고 있어 사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이러한 수법으로 피해를 당한 키즈맘이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전국적으로 100여명에 이른다. 현재 해당 커뮤니티를 통해 드러난 피해규모는 개인당 적게는 몇 만원부터 크게는 수백만원대까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SNS 구매대행 사기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DB
가해자는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즐겨 사용하는 SNS를 통해 피해자들을 물색했다. 본인을 두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피해자들과 가까워진 가해자는 자신이 해외여행 중에 현지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해주겠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가해자는 현지에서 파는 다양한 물품 사진을 본인의 SNS 계정에 올렸고, 피해자 대부분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계좌로 금액을 입금시켰다.
▲ SNS 구매대행 사기 가해자가 올린 상품 소개. 한국스포츠경제 DB
본지에 피해사실을 제보한 한 키즈맘은 "SNS로 만난 사이였지만 급속도로 친해져,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며 "같은 아이 엄마끼리 쇼핑 정보를 공유하고, 해외 유명제품을 싸게 구매해 준다기에 믿고 송금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대금을 입금받은 직후 잠적하지 않고 귀국해서 택배를 보냈다고 피해자들을 현혹시켰다. 이렇게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사이 새로운 희생양을 물색하는 일을 반복했다. 일부 피해자들이 의심하는 눈치를 보이면 본인도 아이 엄마라는 점을 강조하거나, 택배사의 방문 지연을 핑계로 안심시켰다.
▲ SNS 구매대행 사기 가해자와 피해자가 주고 받은 메시지. 한국스포츠경제 DB
특히 가해자 자녀의 명의로 된 입금 계좌를 불러 주거나 실제 휴대전화 번호를 통해 수시로 연락한 점도 피해자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데 주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피해자들이 SNS에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게시물을 '친구공개' 형태로 전환하는 등 실시간 모니터링도 철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해자는 해당 SNS 계정을 삭제하고 휴대전화 연락을 받지 않는 등 잠적한 상태다.
또다른 키즈맘은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배신감에 치가 떨린다"며 "아이디를 검색해보니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사기 이력이 많아 사람을 쉽게 믿으면 안되겠다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 SNS 구매대행, 익명 거래의 폐해
최근에는 해외 물품들을 직접 구매한 후 국내에 배송해 주겠다는 SNS 구매대행이 유행이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 직접구매하는 해외직구보다 간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약간의 마진을 덧붙여 판매하는 대신 국내가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물품을 구할 수 있어 상부상조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 SNS 구매대행은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상품 정보가 불분명한 SNS를 통해 관련 사진이나 구매후기만으로 충동구매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더불어 익명 거래이기 때문에 사기 피해를 당할 우려가 높다.
특히 SNS 구매대행 범죄의 경우 관련 서비스를 주로 사용하는 청소년, 대학생, 키즈맘 등 10대부터 30대까지의 연령층을 타깃으로 삼기 떄문에 주의해야 한다.
▲ 연합뉴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SNS 구매대행이 최근 하나의 쇼핑 트렌드로 떠오르는 한편 부작용도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고나라 사기 피해처럼 개인간 계좌거래는 가급적 피하고 터무니 없이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거나 빠른 시간 내 입금을 강요하면 사기를 의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 구매와 관련하여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한국소비자원 1372 상담센터 등에서 피해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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