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관용차 무단 사용한 현역 장성과 고위관료 무더기 적발
당사자들 “억울하다” 항변… 감사원, 내달 중순 감사결과 발표
현역 장성과 군 고위관료들이 관용차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며 군용 면세유를 쌈짓돈인양 축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감사원의 지적에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져 군 지휘부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감사원이 군에서 지휘관에게 배정한 관용차에 대한 전수조사를 최근 실시해 무단사용으로 추정되는 10여명을 적발한 것으로 안다”며 “당사자들로부터 지난주에 진술서를 받아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적발된 인원 중에는 전방부대 사단장, 국방부와 관련기관의 전ㆍ현직 고위공무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주말과 휴일에 수십 차례 관용차를 타고 골프를 치거나 사적인 모임에 참석하는가 하면 휴가를 보내러 관용차로 이동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는 이례적으로 국방부와 직할기관, 육ㆍ해ㆍ공군본부, 일선부대 등 군의 모든 부대와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감사원은 관용차 배차 현황과 면세유 사용 실적, 고속도로 하이패스 이용 내역 등을 넘겨받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에서 관용차를 지급 받는 대상은 준장 이상 장성과 대령급 지휘관, 국장 이상 관료 등 500여명에 달한다.
군 안팎에서는 그간 군용차량 관리 규정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명확한 기준이 없고 차량 등록만하면 면세유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이용도 무료다. 올해 군에서 사용한 면세유를 돈으로 환산하면 1조800억원에 달한다.
국방부는 지난 5월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의 부인과 아들이 무분별하게 관용차를 사용하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자 부랴부랴 전군에 ‘군 전용 승용차 운용 개선 시행 지시’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하지만 지휘관이 관용차를 사용할 수 있는 공무의 범위에 군 골프장 이용과 종교시설 참석이 포함돼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감사원은 이번에 적발된 각각의 사례를 확인, 부정사용액을 환수하고 국방부에는 제도개선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감사원이 군 당국의 관리규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무리하게 결론을 내리면 안 된다”며 내심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적발된 당사자들이 한결같이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고 일부는 “군기잡기용 표적감사”라며 격한 반응을 보여 감사원의 최종 결과 발표가 주목된다. 감사원은 내달 중순쯤 이번 군 관용차와 면세유 운용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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