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을 국제 멸종위기종인 홍금강앵무새 알로 속여 돈을 가로챈 사기범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사기 및 야생생물 보호ㆍ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모(31)씨를 구속하고 신모(4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지난해 8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전모(58)씨로부터 홍금강앵무 알과 부화기 구입비, 외국 출장경비 등 명목으로 올해 3월까지 16차례에 걸쳐 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앵무새 관련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하던 이들은 피해자가 앵무새 키우기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접근해 “홍금강앵무 알을 사서 부화시켜 주면 우리가 앵무새를 고가에 팔아 수익금을 나눠 주겠다”고 꾀었다.
홍금강앵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정한 2급 멸종위기 동물로 환경부에 신고해야 국내 반입이 가능하다. 다 자란 홍금강앵무는 마리당 750만∼1,000만원의 고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들은 전씨를 속이기 위해 달걀 30개를 앵무새 알인 양 부화기에 넣어 건넸다. 하지만 이중 29개는 무정란이어서 부화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들의 범행은 최씨가 실수로 넣은 유정란 하나가 부화해 병아리가 나오는 바람에 들통 났다. 전씨의 항의에 이들은 “우리도 수입업자에게서 건네 받은 것”이라며 “외국에 나가 직접 앵무새를 사다 주겠다”고 둘러댔다.
결국 최씨 등은 올해 3, 4월 두 차례 태국으로 출국해 홍금강앵무 8마리를 국내로 밀반입했다. 홍금강앵무를 여행용 가방에 넣거나 플라스틱 파이프 속에 숨기는 수법으로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과했으나 이 과정에서 7마리는 질식사했고, 전씨에게 전달한 남은 한 마리도 사육 중 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희귀 반려동물을 분양 받기 전에는 동물병원이나 관련 협회에서 충분한 정보를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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