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Wag the dog’(꼬리가 개를 흔든다)(1997)의 초기 화면에는 ‘Why does the dog wag its tail? Because the dog is smarter than the tail. If the tail were smarter, it would wag the dog’이라는 구절이 스크롤 되어 나온다. ‘개가 왜 꼬리를 흔들까? 그거야 개가 꼬리보다 영리하니까. 만약 꼬리가 더 영리하다면 꼬리가 개를 흔들 수도 있다.’ 지극히 단순한 이치이지만 이 말이 곧잘 회자되고 응용되는 것은 정치 사회 현장에서 유사한 사례가 그만큼 많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선거 직전에 sex scandal이 터져서 낙선할 때나 하찮은 일이 핵폭탄처럼 폭발력을 갖고 전체를 뒤흔드는 것도 이렇게 표현한다.
이 어구는 미국에서 150년 이전부터 사용되었고 20세기에 이르러 다른 나라에서도 쓰였다. 요즘에는 별 것도 아닌 것을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등 하찮은 것이 일파만파 전국을 강타하는 일에 비유되기도 한다. 미국 연방준비은행(The Federal Reserve System)이 이자율을 조금만 올려도 전 세계 금융이 출렁이는 것도 이에 비유되고 그럴 때마다 뉴스는 ‘The tail is wagging the dog’이라고 기술한다. 일찍이 링컨 대통령은 이 말을 응용해서 ‘만약 개의 꼬리를 다리라고 한다면 개는 다리가 몇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난센스 퀴즈 같긴 하지만 ‘그래도 개는 다리가 넷’이라고 해야 올바른 대답이 된다. 아무리 다른 명칭을 붙여도 본질을 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Just because you claim something false to be true doesn’t make it so. It is what it is.)
링컨은 또 ‘I believe the Bible is the best gift God has ever given to man. All the good from the Savior of the world is communicated to us through this book’이라고 말했다. 이는 ‘성서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되지만 구세주가 주는 좋은 것 모두 성서를 통해 소통되는 것’은 이상한 일임을 말한 것이다. 성서의 본질이야 좋겠지만 성서 해석이나 목사의 자기 중심적인 해석은 견강부회이고 개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참고로 우리말의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속담은 경우에 따라 위의 표현으로 번역될 때도 있다. 이 속담은 직역해서 ‘Your belly button is bigger than your belly’나 ‘I had to spend more money than my budget’으로 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The interest is more than the principal’이나 ‘You’re putting the cart before the horse’ ‘It is like the tail wagging the dog’라고 말해야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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