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고속도 31년 만에 4차선 확장·직선화
운행시간 30분 단축 年760억원 절감
‘광대 고속도’ 명칭 싸고 논란 여전
광주·대구 “달빛고속도로 개명” 촉구
광주와 대구를 잇는 88올림픽고속도로가 31년 만에 왕복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돼 22일 개통됐다. 명칭은 광주대구고속도로(약칭 광대고속도로)로 바꿨다. ‘죽음의 도로’라는 오명을 씻어내고 영호남 교류의 상징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주민들의 기대감이 크다.
전남 담양군 고서면과 대구 달성군 옥포면을 연결하는 88고속도로는 1984년 왕복 2차선으로 개통됐지만 그동안 확장공사가 이뤄지지 않아 국내 유일의 왕복 2차선 고속도로로 남아 있었다. 도로폭이 좁고 중앙분리대조차 없어 개통 이후 31년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770명에 달했다. 최근 3년간 평균 사망자수만도 11.3명이나 된다.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자 정부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전체 구간 중 광주 측 고서-담양(16km)과 대구 측 성산-옥포(13km)를 각각 4차선과 6차선으로 확장했다. 이어 2008년 11월 담양-성산(153㎞) 구간에 총 사업비 2조1,349억원을 투입해 4차선으로 늘리는 확장공사에 들어갔다.
터널과 다리를 놓아 곡선도로 상당부분을 직선화했다. 교통사고의 직·간접적 원인이 됐던 중앙선 침범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방호벽 형태의 중앙분리대를 전 구간에 설치하고 가드레일을 보강했다. 이런 조치들로 연간 사망자수는 11.3명에서 6.8명으로 40%가량 줄어들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예상하고 있다.
전체 운행거리는 종전 182km에서 172km로 줄었다. 제한 속도는 시속 80㎞에서 100㎞로 높아졌고 운행 시간은 2시간 12분에서 1시간 40분대로 30분 가량 단축됐다. 휴게소는 남원·지리산·거창 3개밖에 없고 휴게소 간격이 50㎞가 넘었으나 이번 사업으로 휴게소 강천산·함양산삼골 2개를 추가 설치했고 졸음쉼터도 5개를 건설했다.
광대고속도로는 통행권을 뽑을 필요 없이 고속주행 중 차량 번호판을 인식해 자동으로 통행료를 결제하는 스마트톨링 시스템이 도입된다. 차량과 도로·차량과 차량 간 사고정보, 돌발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도 적용된다.
물류비용 연 760억 절감…영호남 교류 확대
한국도로공사는 도로 확장 및 소요 시간 단축으로 인해 차량 통행량이 현재 1일 평균 1만3,800대에서 2만대 이상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물류비용은 연간 760억원(유류비용 101억원, 시간편익 659억원)이 절감되며 광주-대구 이동시 화물차 한 대당 유류비는 1,930원, 시간가치는 7,140원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광과 각종 산업에 미칠 파급 효과는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시와 대구시 등은 지리산, 덕유산, 해인사 등 유명 관광지와 산업단지가 활기를 띠고 영호남 자치단체 간 교류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확장 개통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광주-대구 고속도로는 단순한 자동차 길을 넘어 영호남 주민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가는 화합의 장을 만들어가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새 이름 광대고속도로 논란 여전
국토교통부가 확정한 88고속도로의 새 이름 광대고속도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광주와 대구 두 자치단체는 광대라는 어감이 좋지 않다며 옛 지명인 빛고을(광주)과 달구벌(대구)의 앞 글자를 딴 달빛고속도로로 명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달빛이라는 명칭이 기점과 종점을 알기 어렵고 상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거절했다. 결국 다른 고속도로와의 형평성 등 원칙을 내세워 두 지역의 앞 글자를 딴 광대고속도로를 확정했다.
하지만 서해안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등 지역 명칭이 들어가지 않은 고속도로가 적지 않아 국토부의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구시의회 최광교 의원은 “약칭 광대고속도로 사용은 어이없는 발상으로 이런 우스꽝스런 이름은 대구와 광주 간 화합의 의미를 평가 절하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광주시 북구의원들은 전날 성명을 내고 “기점과 종점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표기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광대고속도로라는 기막힌 도로명이 확정됐다”며 “어두운 과거를 도려내고 새로운 영호남 발전을 위한 첫걸음으로 두 지자체와 지역민들의 바람을 담아 달빛고속도로로 변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하태민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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