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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형외과의사회 “그랜드성형외과 유령수술 피해 20만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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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형외과의사회 “그랜드성형외과 유령수술 피해 20만 건”

입력
2015.1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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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의사회서 진상조사 결과

"유명의사는 온종일 상담만 하고

마취 후 다른 의사가 수술"

근무했던 직원들 증언 나와

의사회, 유령수술 적극 수사 촉구

환자가 상담한 의사가 아닌 신참 의사 등이 대신 수술을 하는 ‘유령수술’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 유명 성형외과의 유령수술 피해자가 최대 20만명에 달한다는 관련 학회의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사회)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서울 강남구의 유명 성형외과인 그랜드성형외과의 유령수술 피해자가 최대 20만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간담회에서 김선웅 의사회 법제이사는 “그랜드성형외과는 2008년 서울 신사동에 간판 하나 없이 ‘그랜드치과’를 연 뒤 환자들을 수술해주기로 약속한 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들이 성형수술을 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25명의 의사가 7년 동안 최대 20만명의 환자를 수술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조사에 따르면 턱ㆍ광대뼈 등을 깎는 윤곽 수술은 거의 대부분 환자에게 수술하겠다고 약속한 의사가 행하지 않았다. 시술의사 대부분은 성형외과 전문의도 아니었다. 코ㆍ가슴 성형이나 지방흡입 수술 일부도 유령수술로 행해졌다. 유령수술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명 의사를 앞세워 환자를 끌어들인 뒤 환자가 마취에 들면 수술을 하기로 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나 간호사 등이 수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의사회가 이날 공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안면윤곽 수술의 대가로 알려진 그랜드성형외과의 한 의사는 실제로 수술은 한 건도 집도하지 않았고, 또 다른 의사는 서류상 하루에 90건의 수술을 집도했다. 김선웅 이사는 “이 같은 유령수술을 통해 그랜드성형외과가 지난 5년간 1,000억원 이상을 탈세했으며, 의사회가 지난 4월 검찰 고발 방침을 밝히자 문서파쇄기 10여 대를 이용해 진료기록부를 모두 파쇄하는 등 증거를 인멸했다”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이 병원에서 일했던 의사 5명, 수술실 근무자 1명, 행정 직원 1명의 내부 증언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 병원 전 직원 A씨는 “안면 윤곽 수술은 한 명당 보통 5시간이 걸리는데, (환자를 유치한) 한 유명 의사는 하루 종일 환자 상담만 했다”며 “오래 근무한 직원들은 모두 이미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랜드성형외과의 유령수술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도 높다. 병원가 안팎에서 서울 강남의 주요 유명 성형외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유령수술을 행한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 환자들조차 “수술 CCTV를 보여달라”고 요청할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술실이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있고 전신 마취로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되기 때문에, 유령수술은 사실상 내부고발 외에 입증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김선웅 이사는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의사가 무단으로 환자 몸에 칼을 대는 유령수술은 형법상 사기 특수폭행 상해 살인미수에 해당한다”며 “수사기관이 그랜드성형외과 사건을 발본색원하지 못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국내의 미용수술은 2,3년 내에 전부 유령수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에는 유령수술 관련 판례가 아직 없지만, 미국 뉴저지주 대법원은 1983년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사람이 환자 신체를 칼로 절개하는 등의 행위는 의료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사기ㆍ상해ㆍ살인미수로 기소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국내 의료법상으로 유령수술을 처벌할 근거는 없다.

그랜드성형외과측에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병원 측은 본보와 통화에서“담당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병원은 “의사회가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자료는 자신들이 제작한 (출처가 분명한) 자료”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12월 그랜드성형외과에서 눈 쌍꺼풀과 코 성형수술을 받은 여고생이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사망하자 의사회는 ‘유령수술 근절 특임위원회’를 꾸려 이 병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여왔으며 지난해 4월에는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병원 측은 의사회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는 등 양측은 2년 가까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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