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와 KBS 양대 공영방송의 노사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MBC 사측이 임금협상 도중 노조 집행부에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자 노측은 “초유의 폭거”라 맞섰고 KBS에선 “보도국 간부들이 편성규약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2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사측의 노조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노사관계의 기본과 상식마저 무너뜨리는 업무복귀 명령은 노조 자체를 없애려는 시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조능희 노조위원장은 “2012년부터 반복되는 징계와 해고, 복수노조의 출범에도 가입 조합원 수가 줄지 않자 사측이 MBC본부를 식물노조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16일 MBC 사측은 조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상근집행부 5명 전원에게 21일까지 회사 업무에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노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기간이 종료됐다는 이유였다. 사측이 MBC본부를 제외한 나머지 2개 노조(공정방송 노조, MBC노동조합)와 개별교섭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본부노조의 교섭대표 노조 지위가 상실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교섭대표 노조의 지위가 상실된 것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복수노조가 있을 경우 조합원 숫자에 따라 타임오프를 배분하는 관행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1,7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된 MBC본부의 경우 총 1만시간의 타임오프 중 8,600시간 즉 노조 상근자 4명을 1년 내내 둘 수 있는 타임오프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사측이 조합원 120명 남짓의 나머지 노조와 협상한다는 것은 MBC 전체 사원을 능멸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도 “MBC 내부에서 사측을 비판하는 노조를 기어이 손보겠다는 의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측은 “(상근자들이) 업무에 복귀한 후에도 임금협상 준비 당일과 전날은 업무에서 제외해주겠다”며 “구체적인 타임오프 시간은 단체협약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MBC본부는 이날부터 사옥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김혜성 노조 홍보국장은 “단순히 임금협상을 미루기 위한 노조탄압이 아닌 언론탄압이자 공영방송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KBS는 최근 편집회의에서 KBS 기자협회장의 발언을 두고 보도국 간부들과 노조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22일 KBS 새노조에 따르면 지난 16일 편집회의에 참석한 이병도 기자협회장이 “세월호 청문회 마지막 날인 만큼 마무리하는 보도를 하는 게 어떤가”라고 발언했고 정지환 보도국장은 “아이템에 대한 발언은 부장들에게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는 편집권 침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새노조 관계자는 “평기자 대표인 기자협회장의 의견 제시는 방송법에 명시된 편성규약이 보장하는 권리”라며 “취재 및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편성 규약을 검열을 강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고대영 사장 측의 시도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설 것”이라며 반발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