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결합상품 가입자 편파 대우, 장기 고객만 봉되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결합상품 가입자 편파 대우, 장기 고객만 봉되나

입력
2015.12.22 15:42
0 0

국내 통신업계의 유료방송·인터넷 등 결합상품 가입자 지키기가 과열 경쟁을 넘어 편파 대응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상품 해지를 문의하는 고객에 한해 상품권이나 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해 오히려 충성도 높은 장기 사용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연합뉴스

■ 업계 빈번한 해지방어 전략, 안하면 '호갱'

온라인 휴대전화 커뮤니티에는 최근 '해지방어' 방법과 성패 후기를 작성한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해지방어란 사용 중인 초고속인터넷이나 인터넷TV(IPTV)를 해지하고 싶다고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통신사 해지방어 부서에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상품권을 증정하거나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을 지칭한다.

누리꾼들은 해당 커뮤니티에 올라온 해지방어 방법을 보고 실제 통신사 고객센터에 문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험담은 게시글로 공유돼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 온라인 휴대전화 커뮤니티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해지방어 성공 게시글. 관련 홈페이지 캡쳐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라는 입장이다. 통신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결합상품 가입자 이탈이 워낙 빈번해 궁여지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용자 차별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장기 고객에 대한 혜택도 추가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해당 커뮤니티에 가입된 누리꾼들 사이에는 해지방어를 하지 않으면 '호갱(호구+고객을 합쳐 부르는 은어)'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쩔 수 없다는 관련 기업들의 입장과는 달리 해지 문의만 해도 기업에서 먼저 혜택을 제공한다고 나선다는 것. 본사에서 그냥 넘어가더라도 잠시 후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지역방어팀에서 연락이 온다는 것이다.

해지방어에 성공했다는 누리꾼은 "인터넷+tv 결합상품을 사용하다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해지하겠다고 하니 접수하겠다고 하고 끊었는데 지역 관리팀에서 다시 전화가 와서 남은 약정을 사용하면 백화점 상품권 10장을 준다고 했다"며 "해지방어 게시글을 찾아보니 적정 수준인 것 같길래 수락하고 계속 쓰기로 했다. 여태껏 호갱님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게시글을 남겼다.

관련 약정이 끝난 고객도 예외는 아니었다. 3년 약정 상품을 쓰다가 최근 만료됐다는 고객은 해지 신청을 했다는 누리꾼은 "사은품 혜택이 너무 적다고 대놓고 사유를 말했더니 약정을 늘리는 조건으로 15만원을 불렀고, 조금 더 협상해서 상품 포인트 3만점까지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 장기 사용자는 다 잡은 토끼? 차별에 분노

해지방어에 성공했다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아무런 요구없이 오랫동안 비슷한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런 제도를 몰랐던 고객들은 현 상황에 분노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IPTV, 집전화, 휴대전화 결합상품을 장기간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에 대한 혜택은 상대적으로 지극히 적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기업들이 당장의 가입자 지키기에 급급해 이용자를 차별하다보니, 충성도 높은 고객들마저 변심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해지방어 전략이 오히려 다양한 부작용을 낳아 가입자 이탈을 빈번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해지방어를 알지 못했던 가입자들도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는 관련 방법을 보고 대거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패한 일부 고객들은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경쟁사에 새로운 둥지를 트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도 했다. 약정 기간이 남아 해지시 내야하는 위약금을 대신 내주겠다는 기업도 있기 때문에 선택폭이 다양하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해지방어 혜택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자칫 차별대우 문제를 비롯해 관련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며 "고객이 나서서 해지를 문의해야만 혜택을 제공하는 통신업체들의 무성의한 고객관리 정책은 결국 충성도 높은 고객의 이탈 등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