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원각사가 소장한 불교 경전 ‘능엄경(楞嚴經)’에서 1461년 이전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손글씨가 발견됐다고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ABC)사업단이 22일 밝혔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손글씨는 1464년 발행된 ‘평창 상원사 중창권선문(국보 292호)’으로, 원각사 ‘능엄경’의 손글씨는 이보다 최소 3년 앞선 것이다.
원각사 ‘능엄경’에 남은 한글 손글씨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 이유는 내용으로 추론해 볼 때 1461년(조선 세조 7년) 왕명에 의해 ‘능엄경’을 한글로 풀이한 ‘능엄경언해’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능엄경’을 연구한 서지학자 정재영 한국기술교육대 문리HRD학부 교수는 “원각사 ‘능엄경’에 붓글씨로 적힌 경문 풀이나 한글 주석은 ‘능엄경언해’의 내용 및 주석과 비슷한데 교정용 종이 등이 빼곡히 붙어 있고, ‘능엄경’에 한문으로 적은 부분이 ‘능엄경언해’에 한글로 나오는 것으로 보아 원각사 ‘능엄경’이 1461년 ‘능엄경언해’의 번역과정에 쓰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능엄경’은 중생 누구나 지닌 불성의 씨앗을 수행을 통해 갈고 닦으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이다. 당나라 때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것을 송나라 승려 계환(戒環)이 주석을 단 것이 고려 때 한국에 전해졌다. 원각사 소장 ‘능엄경’은 1401년 조선 태조 이성계의 명으로 간행한 왕실본이다.
아울러 정 교수 연구팀은 원각사에서 1417년 전북 고창군 문수사 간행 ‘묘법연화경’의 유일본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묘법연화경’에는 전라도 방언이 반영된 한글 주석이 달려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에 발견된 ‘능엄경’과 ‘묘법연화경’에는 조선 초기의 석독구결(釋讀口訣)이 처음 발견돼 의미가 크다. 석독구결이란 한문 문장에 한국어 조사와 어미를 달아 한문을 한국어 어순에 맞춰 풀이할 수 있도록 표기한 것이다. 정재영 교수는 “그간 신라나 고려의 석독구결은 발견된 바 있지만 훈민정음과 함께 사용된 조선 초기의 석독구결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중세 국어와 구결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정 교수는 23일 동국대 불교학술원에서 두 경전의 내용을 간단히 공개한 후 1월 12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구결학회에서 경전을 바탕으로 한 학술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