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3년 전 여대생 버스 집단 성폭행 살인사건에 가담한 20세(범행 당시 17세) 범인이 20일(현지시간) 석방되자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언론들이 21일 전했다.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당시 사건으로 숨진 여대생 죠티 싱의 부모는 이날 뉴델리 시내에서 여성단체 회원 등과 함께 범인 석방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싱의 아버지는 “피해자의 삶은 영원히 바뀌었는데 가해자는 미성년이었다는 이유로 새 삶을 얻었다”면서 “이게 공평한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전날에도 강간살인 미성년범의 석방을 반대하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밤늦게까지 대통령궁과 가까운 인디아게이트 부근에서 시위를 벌였고, 이 중 일부는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앞서 델리 여성위원회는 이 범인이 반성의 기색이 없다며 대법원에 구속 연장을 청원했지만 기각됐다. 대법원은 “관련 법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다”며 “(구속을 연장하려면) 입법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싱의 어머니는 “법원이 18세 이하는 마음 놓고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허가증을 발급했다”며 “국민이 법에 대한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싱은 2012년 12월 뉴델리 시내에서 남자친구와 버스를 타고 귀가하다 운전자를 비롯한 남성 6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해 숨졌다. 수도 한복판 버스 안에서 벌어진 잔혹한 범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국내외의 이목을 끌었고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당시 범인들 가운데 이번에 풀려난 미성년 범인과 구치소에서 숨진 1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에게는 1심에서 강간살인 등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사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이번에 풀려난 미성년 범인은 강간살인 혐의가 인정됐음에도 18세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년법 적용을 받아 미성년자 최고형인 3년형을 선고받고 소년원에서 복역했다. 그는 석방 후 전과기록이 모두 삭제되고 새로운 신분을 부여받으며 시민단체의 보호 속에서 사회 복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일부 시민들은 정부가 이 미성년 범인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1만루피(약 18만원)와 재봉틀을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 상원이 중범죄에 한해서 16세 이상이면 성인범죄자와 같은 처벌을 받도록 하는 소년법 개정법안을 22일 논의할 것이라고 NDTV는 전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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