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국내 공항의 수장이 한꺼번에 자리를 뜨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박 사장은 임기 1년 10개월을, 김 사장은 10개월을 남겨두고 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두 사람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영남 지역에서 출마할 예정이라고 한다. 맡겨진 중책을 제쳐두고 정치권으로 달려가는 행태에 우선 눈살이 찌푸려진다.
박 사장은 2차례 창원시장을 지낸 지방공무원 출신으로 공항 업무에는 문외한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친박계 지원을 받아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경선에 나갔다가 패한 뒤 인천공항 사장에 임명됐다. 당시 수십 명 공모자 가운데 인천공항 임원과 민간 항공사 사장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기업경영 경험이 전무한 박 사장에게 밀렸다. 무성한 낙하산 비판 속에서 취임한 박 사장은 취임 후 하루가 멀다 하고 지역구를 찾더니 총선에 대비해 집 주소도 진작에 옮겼다. 무리하게 분에 넘친 자리를 맡고도 정작 마음은 딴 데 가 있으니 경영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김포공항을 비롯한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김 사장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경찰 경력만 30년인 그가 공항 업무에 전문성을 갖췄다고는 보기 어렵다. 용산참사 당시 철거민 농성 진압을 지휘한 전력으로 사장 내정 시 역시 논란이 크게 일었다. 그런 그가 적자에 시달리는 지방공항 운영과 항공교통 발전, 공항서비스 개선 등 숱한 현안은 제대로 해결 못한 채 선거 판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 모두 국가 공기업 사장 자리를 정계 진출의 발판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인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 서비스 종합평가에서 2013년까지 9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한 우량 공기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3ㆍ4분기에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1위 자리를 내줬고, 베이징 서두우공항과 상항이 푸둥공항에도 바짝 쫓기고 있다. 허브공항의 척도가 되는 국제선 환승률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문성도 비전도 없이 다만 정치권 잿밥에만 관심 있는 인물들이 줄줄이 자리를 꿰차고 앉았으니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현 정부는 입만 열면 공기업 개혁을 외치면서도 경영능력 검증 안된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는 자기 모순을 거듭해왔다. 비전문가와 낙하산 배제를 공기업 인사의 원칙으로 삼겠다던 인사원칙을 스스로 어기고 있다. 이러면서 경제 살리기, 공기업 구조조정 등을 외친들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은인사로 우량 공기업을 망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