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헬스 내시경] 흡연자 낙인찍기, 과연 효과 있을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헬스 내시경] 흡연자 낙인찍기, 과연 효과 있을까

입력
2015.12.21 20:35
0 0

“후두암 1mg 주세요.” “폐암 하나 주세요.” “뇌졸중 2개 주세요.” CF 영상이 나오는 순간 삼삼오오 술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사람들이 한숨을 토해낸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래, 폐암 한 대 피우러 가자!”

지난달부터 공중파를 타기 시작한 보건복지부의 새 금연홍보 영상을 접한 일부 흡연자들의 반응이다. 폐암, 뇌졸중 등을 달라는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라 처음엔 먹먹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범죄자로 전락했다는 느낌에 배신감과 분통만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복지부의 금연홍보 광고와 캠페인은 흡연의 폐해를 고스란히 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당신의 폐를 힘들고 병들게 하는 질병, 당신의 뇌를 갉아먹고 있는 바로 그 병이 다름 아닌 흡연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리고선 “흡연은 질병입니다”라는 단언과 함께 유일한 치료는 금연뿐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킨다.

흡연자들에 배신감을 안긴 건 금연을 강조하는 메시지 보다는 금연을 말하는 방식. 복수의 흡연자들은 “자기통제에 실패한 패배자 또는 타인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부도덕한 존재로 낙인 찍힌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다. 급기야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은 “보건복지부 금연홍보 영상이 적법한 기호품의 구입을 죄악시해 흡연자의 인격을 침해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 광고의 부당 허위 과대 여부를 심의해 달라는 의견서를 지난 11일 접수했다.

일부 흡연자들의 분노는 표면적으론 금연홍보 광고를 겨냥하고 있지만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한 불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 연초 전격적인 담뱃값 인상에서 보듯 정부가 흡연율 감소보다 세수증대에 ‘꽂혀’ 있다는 것.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의 담배부담금 수입은 2014년 1조6,000억원에서 내년 2조9,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흡연율 동향이다. 국내 흡연율은 담뱃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0.8%에서 5.8%포인트 하락한 35%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 사용률이 지난해 2.0%에서 5.1%로 상승했기 때문에 이마저 사실상 무색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보건당국이 진정 흡연율을 낮추고 싶었다면 ‘선(先) 금연 홍보 캠페인, 후(後) 담뱃값 인상’ 순으로 금연정책을 펼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본부가 시뮬레이션으로 도출한 갑당 6,000원대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9,000원대로 담뱃값을 인상하지 않은 것은 흡연율 유지와 세수증대를 동시에 노린 것 포석이라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보편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가능성(communicability)’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흡연자를 ‘사회 악’ 혹은 ‘역병 환자’로 몰아세우는 금연홍보 광고의 효과는 과연 얼마나 될까. “금연이 핵심이고 흡연자들의 건강을 되찾아주는 것이 복지부의 지상과제라면, 주요 관계자들이 흡연자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흡연자들은 또 다시 아주 쉽게 담배와 소통하고자 할 것이다”라는 유현재 서강대 교수의 지적처럼 흡연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금연정책은 개선돼야 한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