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만 하라고 했는데…."
고(故) 이두환의 부친 이광남씨는 아들을 잊지 않고 항상 가슴에 새긴 '88둥이'들을 보며 고마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세 번째로 열린 일일호프 행사에 20일 처음 자리한 이광남씨는 "(두환이는) 떠났지만 동기들이 항상 잊지 않고 잘해줘 매우 고맙다"며 "어떻게 이 고마움에 보답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이광남씨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집에 머물 예정이었지만 '88둥이'들의 요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만하자고 했더니 그러면 나는 오지 말고 자기들끼리 계속하겠다고 하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양현종(KIA)은 "아무래도 이 곳에 오면 두환이가 생각 나실 것 같아 하는 말씀"이라며 친구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렸다.
양현종은 시즌 시작 전 야구 모자를 받으면 가장 먼저 친구의 영문 이니셜 'DH'를 새긴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두환의 기일인 21일에 하루 앞서 20일 일일호프 행사를 열어 한 자리에 모이고 숙소를 잡아 일년 동안 서로 못 다한 얘기를 나눈다. 21일에는 함께 이두환이 고이 잠들어 있는 고양 벽제로 향했다.
아들을 생각하는 친구들의 영원한 우정을 지켜본 이광남씨는 "그라운드에서 'DH'를 새기고 뛰는 아이들을 보면 두환이가 많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어 "도움만 받는 것 같아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나한테는 꼭 알려달라고 한다. 지난 번 현종이 결혼식에도 다녀왔다. 어떤 자리이든지 내가 찾아가는 것이 고마움을 갚을 수 있는 길"이라고 거듭 고마워했다.
사진=이두환의 부모(오른쪽 아래).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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