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정철길 부회장과 신언 사외이사, 자회사인 SK에너지의 김준 사장 등 임직원 50여명이 지난 17일 서울 상도동 주택가를 방문했다. 이들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집들을 방문해 도배와 장판 교체 작업을 한 뒤 골목길 담벼락에 밝은 빛깔의 벽화를 그리는 봉사활동을 벌였다. 벽화 그리기 봉사와 주거환경 개선 작업을 마치고, 독거노인들의 가정을 방문한 정 부회장은 동절기 생활필수품을 전달하며 “소외 계층에게 조금이나마 온기가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펼치는 사회공헌 활동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행복 창출’이다. 잠깐 반짝하는 일회성 봉사활동이 아니라 소외계층에게 자립기반을 마련해 주고 지속가능한 행복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다. SK이노베이션이 추구하는 상생경영의 패러다임도 이런 철학과 맞닿아 있다.
사회적 기업에 주목
이처럼 취약계층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사회적기업을주목하고 있다. 올해 7월 SK이노베이션은 지속 가능성이 높고 신규 고용 창출이 가능한 5개 사업 모델을 발굴해 사회적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발굴 및 지원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이 사회문제 해결과 취약계층의 고용 창출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2013년부터 3년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과 2014년에 노인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총 8개 사업을 발굴ㆍ지원했고 올해 노인 외에 장애인, 다문화여성, 탈북 이주민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이어온 올해 사업 공모전에는 사회적협동조합 등 비영리법인과 예비사회적기업 등 전국 118개 기관이 응모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 가운데 전문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경북장애청소년자립지원센터(경북 안동), 농촌공동체연구소(충북 제천), 도봉시니어클럽(서울), 태화해뜨는샘(서울), 피피엘(경기 고양) 등 5개 기관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SK이노베이션은 이들 5개 기관이 제안한 사업에 1년 간 총 5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사회적기업 통합지원기관 등 전문가 그룹과 협력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모델을 통해 사회공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08년 통일부, 사회복지법인 열매나눔재단과의 파트너십을 토대로 박스 제조기업인 메자닌아이팩 설립을 지원했다. 메자닌아이팩은 직원의 60% 가량이 새터민 등 사회 취약계층인 사회적기업이다. 여기에 더해 사회투자지원재단, 열매나눔재단 등과 함께 친환경 블라인드 제조기업인 메자닌에코원 설립도 지원했다.
2011년 SK이노베이션이 기획부터 설립, 운영의 모든 과정을 직접 챙기는 사회적기업 행복한 농원을 설립했다. 행복한 농원은 초화류ㆍ관목류 재배ㆍ판매, 실내 화분 관리, 꽃배달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과 현장 체험 학습, 원예치료 등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판로 확대 위한 팝업스토어도 운영
SK이노베이션은 사회적기업들을 설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 기업의 판로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3년 서울 서린동 SK 사옥 앞에서 국내 처음으로 사회적기업을 위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팝업스토어는 장애인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손수건, 카드지갑, 명함첩과 SK이노베이션이 설립한 행복한 농원의 미니화분, 고마운손의 가죽제품, 비마이프렌드의 공정무역 커피, 에코언니야의 재활용 제품 등을 판매했다. 또 작가 시연회, 작품 무료 나눔 행사, 행운권 추첨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인근 직장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0월에도 SK이노베이션은 본사 사옥 앞에서 사회적 기업의 판로 및 홍보 지원을 위한 ‘사회적기업 행복 장터’를 마련했다. 이 장터에 사회적 기업 고마운손의 가방ㆍ벨트 등 가죽제품을 비롯해 꼬마농부의 커피찌꺼기 배양 버섯키트, 민들레누비의 통영 전통 누비가방, 브링유어컵의 텀블러, 커피지아의 로스팅 원두커피, 울산패션인터넷사업협동조합의 에코백ㆍ의류, 협동조합 온리의 종이재활용 식물 등 7개 사회적 기업들이 참여해 생산한 제품들을 전시ㆍ 판매했다. 이들 기업은 SK이노베이션이 탈북 이주민인 새터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해 설립을 지원한 사회적기업들이다.
사회적기업 확대를 향한 SK이노베이션의 노력은 국내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2년과 2013년 7월 페루에 글로벌 사회적기업인 농촌진흥센터 야차이와시(Yachaywasi)를 설립했다. 민간기업, 정부, 대학, NGO가 결합한 새로운 모델로 현지 언론과 정부, 학계의 주목을 받은 야차이와시는 SK이노베이션이 2009년부터 진행한 농촌개발 프로그램을 사회적기업 형태로 진화시킨 점이 특징이다. 특히 농촌 빈민가구가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마을 자립형 사회적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SK식 사회공헌을 위해 다양하고 실험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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