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들은 19일(현지시간) 이슬람국가(IS)와 대 테러 정책, 세제 개혁, 총기 규제 등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현지 언론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우세했다는 평가다.
이날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3차 TV토론에서 경선후보 3명은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 공격에 주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 후보를 향해 “최고의 IS 모집책”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무슬림의 입국 전면금지 주장이 오히려 무슬림의 극단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은 “트럼프 같은 사람이 모든 멕시코인을 성폭행 범죄자라고, 모든 무슬림을 테러범이라고 주장하는 동안 빈부 격차는 더 심해진다”고 목청을 높였고,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도 “미국의 가치가 인종주의자, 수다꾼 억만장자 파시스트의 주장에 굴복해선 안된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상원의원은 IS 및 대 테러 정책, 세제 개혁안 등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 등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강조한 반면 샌더스 상원의원은 중동국가들이 지상군을 투입하도록 하는 데에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제 개혁과 관련, 클린턴 전 장관은 유급 육아휴직제 시행을 위해 모든 과표구간에 0.2%의 소득세를 매기자는 샌더스 상원의원의 주장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샌더스 상원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이 부유층의 선거 자금 기부를 의식해 소득 불평등 해소에 소극적이라고 맞받았다.
오말리 전 지사는 총기 규제 논란이나 세제 개혁 문제에 대해 “메릴랜드에선 미국총기협회(NRA)의 반대를 극복했다” “주지사 시절 일반 가정의 평균 조세 부담에 변화가 없었다”는 등 자신의 행정 경험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이날 TV토론에 대해 워싱턴포스트, 경제전문지 포천 등은 클린턴 전 장관이 불리한 질문은 교묘하게 빠져나가면서 안보ㆍ이민자 문제에 대해선 공화당 트럼프 후보에게 화살을 돌리는 등 노련한 대처로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에서 다음 대통령이 나오면 그 동안 이룩한 여성ㆍ노동자 권리 신장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며 영화 ‘스타워즈’의 명대사인 “‘포스’가 여러분과 함께 하길 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한편, 샌더스 상원의원은 자신의 선거캠프 직원이 지난 16일 클린턴 전 장관 측 유권자 자료를 유출시킨 데 대해 공개 사과했다. 이에 클린턴 전 장관은 “미국인들은 직면한 현안에 대한 대응에 더 관심이 많다”며 사과를 수용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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