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성장이 불투명한 한계기업 정리에 본격 나서면서 은행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경우 은행의 건전성은 악화될 수 있다. 은행들의 수익성 역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 경기민감업종 부실이 문제
악화되고 있는 기업재무 상태가 은행들에게는 불안요소다. 특히 조선, 해운, 석유화학업종 등 경기민감 업종들의 부채가 문제다.
조선업(선박 및 보트건조업)의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을 충당하는 정도)은 2011년 493.3%였지만 2014년 -234.5%로 급격히 악화됐다. 저유가로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업종(코크스ㆍ연탄ㆍ석유정제품 제조업)의 이자보상비율도 2011년 811.7%에서 2014년에는 -180.5%로 급락했다.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해운업(수상운송업) 역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4년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은 2012년 260.0%에서 2013년 283.9%, 2014년 284.5%로 상승세를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개선된 것 같지만 이자보상비율 0% 미만인 기업의 비중도 같은 기간 25.6%에서 26.5%로 증가했다. 이는 기업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의미다. 부채 규모보다 양극화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경기민감업종의 경우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 금리인상 여파, 추가 부실 생기면 위험
2013년 STX 사태 이후 은행들은 위험업종에 대한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왔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저금리 덕분에 연명하던 기업들에게 적신호가 켜졌다. 이들의 구조조정 가능성은 높아졌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로 예기치 못한 기업 부실 사태가 추가로 드러나면 은행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최근 4조 2,000억원대의 자금 지원이 결정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사태에서 보듯 대규모 부채를 지닌 기업들의 추가 부실 사태가 이어진다면 주요 은행들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한국신용평가 박일문 연구원은 지난 9월 '은행산업 이슈 점검' 보고서에서 은행권 위험업종 여신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기업여신 비중이 높은 일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보통주자본비율의 훼손 정도가 2%포인트 정도로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 금융시스템 안정되려면 수익성 개선 필요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2001~2007년 국내 은행산업의 연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82%였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은 후 2010∼2014년에는 0.44%로 반토막이 났다.
은행의 수익구조는 예대마진 의존도가 높다. 예대마진은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으로 금융기관의 수입이 된다. 저금리 기조로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줄었다. 반대로 수수료 수입 등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건전성이 현재로선 매우 양호하기 때문에 큰 충격에도 손실을 감내할 여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저금리와 경기회복 부진은 은행 수익성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은행 건전성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차례 경제위기 경험으로 외환건전성이나 금융기관 건전성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에 대내외 충격이 오더라도 단기간에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는 은행의 수익성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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