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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광 효과 상당” VS “돈벌이로 의료체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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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광 효과 상당” VS “돈벌이로 의료체계 위태”

입력
2015.12.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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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1호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 허용 놓고 정부와 시민단체 의견 엇갈려

주민들 “부동산 기업이 잘 할지…”

정부가 제주도에 국내 1호 외국계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한 것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역경제와 의료계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과, 의료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함께 나온다.

영리병원 도입 계획 없다더니…제주 녹지국제병원 첫 승인

18일 보건복지부는 중국 녹지그룹의 한국법인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제출한 ‘녹지국제병원’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영리병원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던 입장에서 물러나 국내 1호 영리병원을 처음으로 승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최종 허가만 떨어지면 국내 첫 외국계 영리병원이 제주도에 설립된다. 녹지그룹은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회사로, 중국 상하이시가 50% 출자한 사실상의 국영기업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2012년 총 1조원 규모의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협약을 체결, 현재 400실 규모의 휴양 콘도미니엄을 짓는 등 대규모 제주도 투자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복지부는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외국인 투자 비율이 100%로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고, 녹지그룹을 통해 투자금 전액을 조달하는 등 내국인의 우회투자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내법 상 허용되지 않는 줄기세포 시술 등을 계획하지 않고, 제주대병원 및 서귀포의료원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응급의료체계를 갖췄으며, 제주도가 지속적인 사후 관리하는 방안도 수립해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9월 중국계 영리병원인 ‘싼얼병원’이 제주도에 병원을 설립하겠다고 한 건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응급의료체계 구축 미비ㆍ줄기세포시술 우려뿐 아니라 싼얼병원의 모기업회장이 사기혐의로 구속되면서 재정적 어려움과 투자 불확실성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을 승인하는데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었다”며 “병상규모가 작고, 제주도라는 지리적 제한 등을 감안하면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영리병원 도입 신호탄…의료체계 혼란 우려

정부와 제주도는 이번 영리병원 허용이 보건의료 투자와 제주지역 경제 활성화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많이 찾는 제주도에 외국계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의료관광 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예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주도와 개설 개설자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내 1,7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고, 연간 1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추가로 유입돼 제주도 내 소비가 진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발의 목소리도 크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집행위원장은 “부동산 기업이 병원 운영을 잘 할지도 미지수인데다, 병원마저도 중국 자본에 넘기는 것이 상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주민 70%가 반대하는 등 영리병원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국내 영리병원 설립의 물꼬가 터진 만큼 국내 의료체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향후 다른 지역에도 영리병원이 들어서고 영리병원이 국내외 유명 의료진을 유치할 경우, 국내 환자들이 몰려 전국민 의료보험제도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경자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대책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은 “의료행위가 돈 벌이 수단이 되면 과잉진료가 생기고, 시간이 흘러 돈을 많이 버는 병원으로 좋은 의사들이 몰리면 환자들도 따라가게 돼 현행 의료제도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도 “외국인을 위한 의료는 현재 비영리시스템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국내 병원들이 역차별을 주장하면 영리병원 확대를 요구할 경우 의료체계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복지부는 제주도 외 지역에 영리병원이 설립될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있다.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은 ‘제주도 이외 지역에는 승인을 해주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예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영리병원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설립해 비영리기관으로 운영되는 일반 병원과 달리, 이윤을 목적으로 하며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할 수 있다. 현행법 상 8개의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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