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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사쿠라 후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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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사쿠라 후카시

입력
2015.12.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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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소설가 심상대가 별난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한 적 있다. 선데이 마르시아스. 그 이후론 마르시아스 심으로 바뀌었다. 당시 나는 늙은 복학생이었다. 재미있는 일이다 싶어 후배들과 서로의 웃긴 필명을 지어주며 놀았다. 그때, 똘기 충만했던 여자 후배가 내 필명을 지어줬다. 사쿠라 후카시. 사쿠라는 벚꽃을 일컫기도 하지만, 대체로 야바위꾼으로 통용되고 후카시는 난폭하게 겉멋부리는 걸 뜻한다. 우습게도, 둘 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였다. 후배에게 고맙다고 하곤 마주 보고 킬킬거렸다. 내가 후배에게 붙여준 이름은 조르주 황도였던 것 같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상드에 술만 마시면 얼굴이 복숭아처럼 빨개지는 걸 빗댄 이름이었다. 순전한 장난이었지만, 사쿠라 후카시라는 이름을 받고 나니 왠지 똥폼이 더 느는 것 같았다. 술에 취하면 괜히 하지도 못하는 일본말을 뇌까리며 야쿠자 꼬붕 같은 허세를 부렸다. 작은 일탈감이 생기면서 나 자신의 고집이나 허위에 대해 기분 좋게 자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았다.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가 된 연유에도 이름 자체가 주는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변혁의 욕구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소설가 김태용도 마라나라는 필명을 잠깐 쓴 적 있다. 요즘은 숫제 자끄 드뉘망이란 이름으로 프랑스 시인 행세를 하고 다닌다. 세상의 모든 후카시 상들, 굳또 럭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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