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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일본의 노숙인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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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일본의 노숙인 문학상

입력
2015.12.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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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아쿠타가와(芥川)상 수상작이 일본 출판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쿠타가와상은 일본문학계의 80년 전통의 가장 권위 있는 신인상으로, 1년에 두 번 수상작을 발표한다. 오랫동안 이 상을 수상하면 미디어에 주목을 받아 작가로서의 상업적인 성공이 보장되었으나 최근에는 그 위상이 퇴색되고 추락하여 크게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래서 아주 이례적이다. 예능인 출신의 마타요시 나오키(又吉直樹)의 첫 작품 ‘불꽃’은 아쿠타가와상을 받기 전에도 이미 34만부 이상이 팔린 화제작이었지만 수상 발표 한 달 후에는 200만부를 넘어섰고 억(億)소리가 나는 인세에 관한 화제가 연일 미디어를 장식했다.

또 마타요시와 공동 수상을 한 하다 게이스케(羽田圭介)의 ‘스크랩 앤드 빌드’도 16만부가 팔렸다. ‘불꽃’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였지만 최근에 문학 작품이 16만부 이상 팔린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하지만 이는 하다의 눈물 나는 노력의 결과다. 마타요시가 예능인이어서 그렇게 책이 팔린다고 생각한 건지 하다는 자신이 마타요시의 그늘에 가려 주목 받지 못하는 운 없는 작가라는 이미지를 걸고 TV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했고, 뛰어난 예능감으로 종횡무진 활약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이다. 결국 순문학의 상징인 아쿠타가와상의 작품도 대중 연예 프로그램에게 좌지우지 되는 세상인 것이다.

근래 보기 드물게 문학상 관련 화제가 요란스러운 즈음에 아주 소박한 기금 모집 소식을 접했다. 제4회 길거리 문학상(路上文學賞) 개최를 위한 모금운동으로 2010년 사진작가 다카마쓰 히데아키(高松英昭)와 작가 호시노 도모유키(星野智幸)가 시작했다. 그 동안 150편이 응모되었고 현역 노숙인, 노숙 경험자, 인터넷카페 난민, 각종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등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쓴 원고를 보내왔고, 그 중에는 손으로 쓴 글들도 많다고 한다.

‘길거리 문학상’ 홈페이지 사진.
‘길거리 문학상’ 홈페이지 사진.

이 상은 길거리 편집자라는 자원봉사자들의 협력으로 운영된다. 길거리 편집자들은 유인물을 만들고 노숙인 거주 구역을 돌아다니며 문학상 응모를 독려하고 글쓰기에 도움도 준다. 또 SNS를 통한 홍보 선전활동도 열심이다. 덕분에 NHK, 아사히신문 등의 미디어에서 당선작을 자세히 소개했으며 이들 중에는 작가 데뷔를 한 이도 있다. 지금은 세라복(일본 학생 교복) 시인으로 유명한 도리이(鳥居)는 초등학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지만, 신문을 주워서 독학으로 문자를 배웠다고 한다. 부모의 자살 후 노숙생활을 했지만 나카조후미코상(中城ふみ子賞)을 수상하면서 단카(短歌)라는 시의 영역에서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새로운 스타일의 문학자가 탄생한 것이다. 주요 문예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문학판에 인터넷 시대 문학이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준 것이다.

문학 연구자로서 나는 이 새로운 현상에 매우 고무되어 있다. 이 상을 제정한 소설가 호시노는 “단순히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을 빌리고 도움을 요청할 인간관계를 잃고 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할 여유마저 잃고 생의 끝까지 밀려났을 때 노숙인이 된다”며 “노숙인을 비참한 이미지로 단편화시켜 동정의 대상으로 삼거나 사회적인 쓰레기 취급해 사회 정화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동 설립자인 다카마쓰의 노숙인 사진집은 그들의 행복한 일상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노숙인들은 이런 순간을 남에게 보이려 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비난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길거리 문학에서 만나는 다양한 일상은 지금 우리 삶의 중요한 모습이다. 문학은 한 시대와 사회의 거울이므로, 우리 삶의 어떠한 모습도 문학행위이며 고귀한 것이다. 지금 일본 문학계와 출판계에서는 거대 자본과 프로 문예지가 만드는 순문학의 예능적 변질과 모금행위를 통한 무자본 또는 길거리 편집자가 만들어내는 문학의 순수성ㆍ본질성 회복이라는 두 가지 실험이 진행 중이다. 그래서 문학은 살아있다.

고영란 일본 니혼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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