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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영진 KT&G 전 사장 ‘그린 미팅’ 한다며 회사 공금 펑펑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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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영진 KT&G 전 사장 ‘그린 미팅’ 한다며 회사 공금 펑펑 썼다

입력
2015.12.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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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과 회의 빙자한 골프 라운딩

민 전 사장 시절 수십차례 개최

회당 수백만원 방만 경영 드러나

민 전 사장 뇌물공여 등 혐의 구속

민영진 전 KT&G 사장.
민영진 전 KT&G 사장.

민영진(57) 전 KT&G 사장의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회사서류에 50번 넘게 등장하는 ‘그린 미팅’에 고개를 갸웃했다. 새 업무회의라는 그린미팅이 열린 장소가 골프장인 때문이다. 조사결과, 그린미팅은 민 전 사장이 회삿돈으로 임원들과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긴 것을 가리켰다. KT&G는 여기에 ‘그린 미팅’이라는 이름을 붙여 마치 정상적인 업무회의로 포장했다. 주인 없는 기업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보인다.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KT&G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석우)는 민 전 사장 측이 조성한 20억원대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옛 전매청 출신으로 이명박(MB) 정부 때인 2010년 2월 사장에 오른 민 전 사장은 2011~2012년쯤 이른바 ‘그린 미팅’이라는 명칭의 새로운 회의 방식을 도입했다. 사내 회의실이 아니라, 녹색의 필드인 골프장에서 업무 회의를 가지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민 전 사장을 포함, KT&G 임원진들은 회사 현안을 논의한다면서 수시로 골프장을 찾았고, 라운딩 비용은 모두 회사 측이 부담했다. 다만 외부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공식 회계 처리를 안 해도 되는 부외자금을 해당 비용의 출처로 삼았다. 그린 미팅의 참석 대상은 주로 이사회 멤버였으며, 외부 인사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이 확인한 그린 미팅 개최 횟수는 최근 3년간 50차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이 52주임을 감안할 때 산술적으로는 3주에 한번 꼴이며, 겨울철에는 골프를 치기 어렵다는 점까지 고려할 경우엔 거의 2주마다 한 차례씩 그린 미팅을 가졌던 셈이다. 라운딩 비용은 회당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200만~300만원씩 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처 접대 등의 목적이라면 모르겠으나, 사실상 자기들끼리 골프를 즐기고자 ‘업무 회의’를 빙자해서 3년간 총 1억원 안팎의 회삿돈을 거리낌 없이 사용한 셈이다.

KT&G 측은 이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그린 미팅도 회사 업무의 일환이므로 회사 자금을 쓴 것”이라면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KT&G의 방만 경영 실태가 드러난 단적인 사례라고 보고, 민 전 사장에 횡령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은 아니어서 사법처리가 쉽지는 않겠지만, 도덕적 비난의 소지가 커 검찰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18일 배임수재와 뇌물공여 혐의로 민 전 사장을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민 전 사장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도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민 전 사장은 협력업체들로부터 1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하고, 2010년 KT&G의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를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청주시 공무원에게 6억 6,000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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