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재산 얼마 되지 않아 피해회복 난망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사건을 재수사중인 대구지검은 17일 전날 중국에서 압송한 조희팔 사기조직 2인자 강태용(54)에 대해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2004~2008년 조희팔과 함께 의료기대여, 호텔사업 투자 등으로 연간 45%가 넘는 투자수익을 주겠다며 2만4,000여명으로부터 2조5,620억원을 끌어 모았다. 440만원을 내면 토ㆍ일요일과 공휴일을 뺀 8개월간 매일 3만5,000원씩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또 이렇게 모은 자금 중 100억여 원을 빼돌려 도피자금 등으로 사용하는 등 사기 횡령 범죄수익은닉 배임 뇌물공여 등 30여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강씨의 은닉 규모가 100억 원대인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16일 밤에 이어 이날 오전 10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 혐의사실 대부분을 확인했으며,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씨에 대한 구속여부는 18일 오후 3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강씨는 대구 인천 부산과 충남 서산 등지에 기반을 둔 유사수신업체의 '행정부사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자금관리, 정관계 로비, 신규사업 기획 등 조희팔 사기사건의 실질적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
조희팔과 함께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먼저 가입한 사람들에게 약속한 투자수익을 돌려주다가 2008년 2월쯤부터 자금회전에 차질을 빚기 시작하자 회사 자금을 본격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 또 이전부터 뇌물과 향응으로 매수해 둔 현직경찰관에게 꼬리 자르기식 청부수사를 했고, 수사정보를 파악해 미리 전산실 자료를 삭제하고 2008년 11월 대구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도주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조희팔 등도 서해안을 통해 중국으로 밀항했다.
지난 10월10일 조희팔 측근의 제보를 받은 검찰의 요청으로 중국 공안에 검거된 그는 그 동안 중국 현지에서 저지른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를 받고 강제추방형식으로 16일 오후 김해공항을 통해 대구지검으로 압송됐다.
16일 오후 대구지검에 도착해 "조희팔이 죽은 것을 직접 보았다"고 한 데 이어 17일 검찰조사에서도 2011년 12월 조희팔이 죽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검찰은 2008년 당시 증거물로 압수한 전산센터 하드디스크 자료를 복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전산자료가 삭제되는 바람에 통장과 피해자 신고 등을 기초로 피해자와 금액을 산출했다. 하드디스크 복구가 성공하면 보다 정확한 피해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이 찾아낸 조희팔 일당의 잔여 재산은 1,300원 정도에 불과하고, 강태용이 은닉한 자금 중 도피자금으로 쓰고 남았을 금액을 합치더라도 1,400억 원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남은 자산 분배를 둘러싼 피해자들간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4조~8조원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데다 막차를 탄 피해자들은 낸 돈 전액을 날린 반면 초기부터 투자한 사람들은 낸 돈 보다 더 많은 배당을 챙긴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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