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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주 값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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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주 값 유감

입력
2015.1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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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酒)인 소주 값 인상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하이트진로가 소주(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클래식 360ml)의 출고가격을 병당 961.7원에서 1015.7원으로 54원씩이나 올렸다. 일부 지방 소주업체도 가격인상을 시작했고, 나머지도 서두르고 있다. 소주 값이 워낙 싸니까 편의점 소매가격으로만 보면 그리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통과정을 거치다 보면 실제 소비자들이 최종 지불해야 할 가격은 상당 폭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비자나 요식업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 소주 값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강남 편의점에서는 병당 1,400원을 넘지만 대형마트에서는 800원대에도 팔린다. 일반 음식점에서 소주는 병당 3,000~4,000원으로 출고가격의 서너 배에 이른다. 강남 일식집에서는 병당 1만4,000~1만5,000원을 받는 곳도 있다. 몇이 모여 ‘소폭’이라도 말라치면 밥값보다 술값이 더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출고가격이 이 정도 오르면 일반 음식점에서는 500~1,000원 이상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음식점 업주들은 소주 값을 올리면 손님 떨어질까 또 걱정이다.

▦ 한국납세자연맹이 국세청에 소주 값 인상근거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인상 이유가 원가상승 때문인지, 세수증대를 위해 국세청이 인상을 부추겨서인지 밝히겠다는 것이다. 주정 값이 오르지 않은 데다 유가도 하락하고 있어서 인상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납세자연맹은 또 주류 관련 회사에 취업한 퇴직 세무공무원 현황, 1990년대 주류회사로부터 국세청이 모금한 대선자금 현황 등도 요구했다. 행여 소주 값 인상에 국세청 관피아와 정부의 결탁이 있는지도 보겠다는 의미다.

▦ 소주는 출고가격의 53%가 세금이다. 병당 54원이 오르면 세금이 29원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 납세자연맹은 2013년 소주를 통해서 거둔 세금이 약 1조6,500억원이니 소주 값 인상으로 정부가 연간 928억원의 증세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주 값과 구조가 유사한 담배도 인상을 통해 세수증대가 연간 6조원 가깝게 늘어난다. 정부가 서민들이 애호하는 담배와 소주 값을 인상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서민에 증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여지가 분명 있어 보인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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