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신흥국과 차별화… 여파 적을 것” 관측에도
달러화 강세 등 맞물려 대규모 자본유출 우려 상존
저유가 등에 신흥국 위기 번지면 수출에도 타격 우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서 한국 경제도 세계경제 변화의 격류에 몸을 싣게 됐다. 글로벌 시장이 신속히 균형점을 찾느냐, 아니면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느냐에 따라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경제의 앞날도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다만 미국 금리인상 후 첫 개장일인 17일 금융시장이 안정된 흐름을 보이면서 “미국 금리인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좀 더 힘을 얻는 분위기다. 그러나 중국 및 신흥국 경기부진, 국제유가 하락 등 대외리스크가 산적해있고 국내 경기 역시 회복을 낙관할 수만은 없어 언제든 불안이 증폭될 수 있는 상황인 것도 분명하다.
금융시장: 자본유출 위험 상존
국내 금융시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글로벌 투자자금의 대규모 유출 가능성이다. 점진적이나마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내외금리차가 좁혀진다면 수익 개선을 노린 외국자본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달러화 강세로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이탈 흐름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주식 430조원, 채권 102조원 등 국내 증시에만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상황에서 자금이탈은 자산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금리가 9월 인상될 것이란 기대가 강하게 형성됐던 지난 6~9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12조7,000만원가량 빠져나갔고, 이달 들어서도 코스피 시장에서 12거래일 연속 순매도세가 이어지며 3조원 가까이 유출됐다.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금의 위험회피 성향이 지속되면서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원화 가치 하락세 또한 가파르다. 연내 미국 금리인상 전망을 굳힌 10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달러화 대비 원화 절하폭은 4.8%(14일 현재)로, 중국(-1.7%), 태국(-1.6%), 터키(-1.7%) 등 다른 신흥국보다 컸다.
물론 시장에선 풍부한 외환보유액이나 경상수지 흑자 등을 들어 자본유출이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미국과 달리 유럽, 중국, 일본 등 경제대국들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어 글로벌 유동성이 급속히 수축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유가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원수출국 등 신흥국 금융시장이 동요한다면 한국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투자기관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해보면 한국은 인도네시아, 태국 등 취약신흥국과 함께 묶인다”며 “이들 국가에서 자본유출이 발생할 경우 부정적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실물시장: 신흥국 수출 악화 우려
미국 금리인상은 미국 경기개선의 징표인 만큼 우리 입장에선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수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수출금액 대비 12.3%였던 대미 수출 비중이 올해 10월말 현재 13.3%로 늘어났다. 달러화 강세 속에 원화 가치가 엔화(일본), 유로화(유럽) 등 주요 수출국 통화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점도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다.
그러나 원유 등 원자재가격 하락에 고전하고 있는 신흥국 경제가 미국 금리인상 및 달러화 강세로 더욱 악화돼 대(對)신흥국 수출이 둔화될 경우 대 선진국 수출 증대 효과가 상쇄될 공산이 크다. 박성욱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대 신흥국 수출 비중은 43.9%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나 신흥국 중 높은 수준”이라며 “신흥국 경기가 전반적으로 둔화되면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기둔화까지 겹치면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 실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중국이 미국 금리인상을 계기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본격화하면서 환율전쟁(경쟁적 통화완화)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잠재적 악재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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