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한 경위와 김민국 순경은 오후 2시부터 안전동 일대의 112 순찰 임무를 부여 받았다. 순찰차에 탑승하자 차량의 자동시스템이 순찰 경로를 지정해 준다. 스마트 시스템이 장착된 순찰차가 각종 범죄 등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순찰 시간ㆍ장소에 맞게 최적화된 경로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도중에 112 신고에 따른 출동 명령이 떨어지면 이 시스템은 자동으로 사건 발생지까지 최단 노선을 알려주고, 긴박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지령실과 교신을 통해 순찰차가 통과하는 경로의 교통신호까지 제어한다. 사건 현장까지 경찰이 논스톱으로 달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접목한 이 같은 스마트한 경찰활동상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국민생활은 날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전자금융사기 등 이를 악용한 신종 범죄들이 생겨나 국민의 안녕이 크게 위협받기도 한다. 경찰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인력 증원과 같은 ‘양적 치안’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질적 치안’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치안 분야의 과학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스마트 치안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경찰은 스마트 치안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 지난해 말 치안 분야에서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할 근거를 ‘경찰법’에 새로 마련해 이달로 시행 1주년을 맞았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에서는 오래 전부터 관련 법규를 제정하고 치안 분야의 과학기술과 장비 연구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여왔다. 하지만 우리 경찰은 지난해 초까지도 치안 분야의 과학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자체 연구기관은 물론 연구개발 예산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지금부터 하기에 따라서는 이들 선진국 못지 않은 스마트 치안시스템 구축이 불가능한 일이기만한 것은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스마트 치안시스템 구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 어떤 일에 더 역점을 두어야 하는지 짚어보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경찰은 2015년도에 연구 개발 예산 22억원(향후 5년간 총 179억원)을 확보하여 ‘스마트 신호 운영 시스템 개발’ 등 치안 분야 연구개발 과제 4건을 발굴ㆍ수행함으로써 연구개발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또 출연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연구과제사업을 수행할 사업단을 선정하였고, 사업단은 각 과제별 주관 연구기관을 선정하여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6년에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범죄 분석 모형’과 ‘생체 증거를 활용한 법과학 분석 기법’에 대한 연구개발 등도 수행할 계획이다. 다른 정부 부처와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지난 7월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민 안전과 글로벌 과학 치안’ 구현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스마트 치안시스템 구축의 첫걸음은 성공적으로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과제는 컨트롤 타워를 확립하는 일이다. 현재 치안 분야의 첨단 장비 및 기술 개발 업무는 경찰청 내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다. 이 업무를 기획ㆍ총괄하는 두뇌 격인 컨트롤 타워 설치가 무엇보다 급선무다. 또한 치안정책연구는 물론 과학기술연구 분야까지 업무 범위를 확대ㆍ개편해 온 치안정책연구소가 스마트 치안시스템의 구축을 차질 없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과학 치안 업무를 전담할 전문 연구인력을 확충하고 연구개발 예산을 확보하는 일도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첨단 과학기술이 도입된 장비를 갖추고 스마트한 순찰차를 탄 경찰관들이 골목골목을 누비며 안전한 도시를 만들고 안심할 지역으로 지켜가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안 분야 과학기술의 연구개발 투자가 늘어날 경우 결국 그 혜택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양성진 치안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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