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대규모 폭동 사태로 비화됐던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의 경찰에 의한 사망 사건 재판에서 무효 심리가 선언됐다. 재판을 지켜보던 흑인 시위대가 흥분하는 등 볼티모어는 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볼티모어시 순회법원 배리 윌리엄스 판사는 16일 과실치사와 2급 폭행 등 4가지 혐의로 기소된 경찰 윌리엄 포터에 대한 재판이 무효라고 선언했다. 흑인 7명, 백인 5명으로 이뤄진 배심원단은 사흘 동안 16시간에 걸쳐 논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레이의 사망에 연루된 경찰 6명을 기소한 볼티모어 검찰은 첫 재판 피고인 포터의 유죄를 끌어내 곧 이어질 다른 재판의 근거로 삼을 계획이었으나 무효 심리 선언으로 일이 꼬이게 됐다. 볼티모어 검찰은 포터에 대한 재기소 여부를 곧 결정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판결 전부터 많은 법률 전문가들이 포터의 과실치사 혐의 무죄를 예상했다”며 배심원 전원합의만을 인정하는 재판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그레이의 사망 원인이 무엇이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인종간에 심각하게 분열된 볼티모어의 분위기가 ‘재판 무효’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그레이는 4월 경찰에 체포돼 경찰 밴으로 이송되는 사이 척추 부상으로 의식을 잃고 숨졌다. 흑인 경찰인 포터는 의사를 불러달라는 그레이의 요구를 무시하는 등 그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죽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레이가 사망하자 볼티모어에서는 경찰의 직권 남용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폭동으로 이어져 약탈과 방화 등 큰 혼란에 빠졌다. 연방 법무부도 볼티모어 경찰이 조직적으로 흑인들의 권리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한편 경찰 폭력에 희생된 흑인 관련 인권운동의 시발점인 미주리주 퍼거슨시는 경찰, 법원 개혁과 관련해 연방 법무부와 합의에 거의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로 지적돼 온 경찰 훈련 방법과 법원 제도를 개선하고 연방 정부가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퍼거슨시에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거슨시는 지난해 8월 백인 경찰 대런 윌슨의 무차별 총기 난사로 비무장 흑인 마이클 브라운이 사망한 곳으로, 이를 계기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운동이 미 전역으로 불붙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후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적법한 정당방위였다며 윌슨을 기소하지 않아 흑인 사회의 분노가 다시 한번 들끓었다. 결국 사건 재조사에 나선 연방 법무부가 올 3월 퍼거슨시 경찰과 법원이 교통 단속, 교통 범칙금 부과 등에서 흑인들에게만 차별적으로 집행하는 등 공권력을 차별적으로 사용했다고 발표하면서 전국적인 개혁 요구가 시작됐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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