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유세 도중 봉변
사상 최악 실업난에 ‘성난 민심’ 반영
20일 총선에서 집권 여당 참패 예상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유세 도중 10대 청소년이 휘두르는 주먹에 맞는 봉변을 당했다. 라호이 총리가 속한 집권 여당 국민당은 사상 최악의 실업률을 겪고 있는 경제난을 반전시키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는 진짜 주먹을 맞은 것이다. 국민당이 민심을 잃으며 20일 열리는 총선에서 경제회복을 기치로 둔 신생 정당들이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보수 우파 국민당과 좌파 사회당이 40년간 유지해온 양당체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P에 따르면 라호이 총리는 총선을 나흘 앞둔 이날 북서부 갈리시아의 폰테베드라시 길거리에서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며 유세 활동을 벌이던 중 검은색 재킷을 입고 짧은 머리를 한 청소년에게 왼쪽 얼굴을 주먹으로 맞았다. 라호이 총리의 안경은 그 자리에서 부러졌고 그의 얼굴과 목에는 붉은 자국이 남았다고 AP는 전했다.
당시 현장을 찍은 방송영상에는 갑자기 얼굴을 맞은 라호이 총리가 비틀거리다 군중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몸을 지탱하는 모습과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청소년이 하늘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자신의 행동에 만족스러워하는 표정 등이 담겼다. 현지 경찰은 청소년이 17세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2011년 11월 총선을 통해 집권한 국민당은 그 다음해인 2012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청년실업률이 50%까지 상승하는 등 심각한 경제난에서 스페인을 구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국민당은 연금, 의료, 교육 분야에서의 지출삭감과 세금인상 등 긴축 재정을 골자로 한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해법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긴축으로 스페인 서민들의 삶은 힘겨워졌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20%를 맴도는 등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국민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 쳤다.
20일 열리는 총선에서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신생 좌파정당 포데모스와 신생 중도우파 정당인 시우다다노스가 약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1년 11월 총선에서 국민당(44.6%)과 사회당(28.7%)을 합친 총 득표율은 75%에 육박했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50%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 파탄과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부패한 정치권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기존 정당들이 아닌 신생 정당에 국민들의 지지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정계는 아돌프 수아레스 곤살레스 전 총리의 민주화 작업이 완성된 1970년 대 말 이후 국민당과 사회당의 양당체제로 유지됐으나 이번 총선을 통해 신생정당을 포함한 다당 체제로 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부 구성을 위한 정당 간 연정이 중심 의제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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