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자라는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적인 면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예전보다 많이 나빠진 거 같아요. 그런 애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유치원, 어린이집 등 유아 시설을 방문해 우리 전통 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전해주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7기 수료생 강덕희(60)씨는 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혼 후 줄곧 전업주부로 살아온 강씨는 세 자녀가 모두 장성했지만 아직 손자손녀가 생기지 않아 엄밀히 말하면 ‘할머니’가 아니다.
이야기할머니를 지원한 이유로 강씨는 “저도 나이가 들어 그런지 아이들이 너무 예쁜데다 주위에서 이야기에 소질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서 시간 여유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하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은 2009년 1기 선발을 시작으로 지난달 말 7기 수료식까지 했다. 6기까지 2,092명이 1인당 1주일 평균 3개 유아 교육 기관을 방문해 연간 30주 동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차비, 식비 등을 제외하면 사례비라고 할 것도 없는 사실상 봉사활동인데도 매년 지원자는 늘고 있다.
7기 교육을 수료한 할머니는 전국 652명으로 강씨는 서울 지역 5명에게 주는 성적우수상을 받았다. 지난 4월 5.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뒤 7개월간 교육과정을 이수한 끝에 받은 상이라 더 기뻤다고 한다. 강씨는 교육과정에서는 “이야기 외우는 것보다 동료 할머니들 앞에서 실제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어렵고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야기할머니는 조부모 세대와 유아 세대의 교감을 통해 아이들의 정서 안정에 도움을 주고 창의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할머니들은 시각 자료를 최소화하고 목소리와 표정, 손짓 위주로 이야기를 전한다. 강씨는 “동화 구연이 재미에 초점을 둔다면 우리는 이야기에 담긴 지혜나 정서를 전하는 데 집중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또 “책 읽듯 외워서 말하면 이야기를 제대로 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야기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어머니가 아이에게 줄 수 없는 것을 할머니가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를 키워봤지만 젊을 땐 모르는 게 있습니다. 그땐 마음의 여유도 없었죠. 나이 드니까 이제야 보이는 게 있어요. 아이들과 잠깐 만나는 거지만 아이들이 기대를 품고 기다리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강씨를 비롯한 7기 이야기할머니는 내년 3월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강씨는 “어떻게 아이들과 교감할지 기대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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