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요금 1만2,000원, 콜비 3,700원…장삿속
지난 11일 오후 11시30분쯤 대구 수성구 들안길.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나온 박모(30ㆍ여ㆍ북구 산격동)씨가 대리운전을 신청하며 ‘더블’을 주문했다. 술자리가 많은 금요일 밤이라 대기시간이 길어질 것을 걱정한 박씨는 요금을 두 배로 주면 대리운전기사가 빨리 온 경험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센터 상담원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이제 더블요금 안 받는다”는 한 마디였다. 박씨는 “대구지역 대리운전 시스템이 이제야 제 길을 찾은 것 같다”며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을 기다리는 시민들을 상대로 노골적인 바가지를 씌워온 더블제는 진작 뿌리뽑혔어야 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만 성행했던 대리운전 더블요금 관행이 사라졌다. 대구지역 대리운전업체 등에 따르면 8월29일 대리운전 기본요금을 기존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2,000원 인상한 직후인 9월3일부터 더블요금제를 추방했다. 이는 대리운전 콜센터에서 아예 더블신청을 받지도 않고, 전산기계와 대리운전기사의 단말기에 ‘W’, ‘더블’ 등 두 배의 요금지불을 암시하는 문구도 원천 봉쇄하면서 가능했다.
더블요금 관행이 성행할 당시 ‘더블’을 부르지 않으면 1시간이 되도록 대리운전기사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음주운전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대리운전업체 관계자는 “엄격하게 말하면 더블요금은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라며 “기본 요금도 인상한 만큼 업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더블요금을 폐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는 전국 7대 도시 중 대리운전 기본요금이 가장 비싸고, 대리기사들이 업체에 내는 돈(콜비)도 가장 많은 형편이어서 결국 대리운전업체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서울과 부산, 인천, 대전, 광주, 울산의 대리운전 기본요금은 1만원으로 대구보다 2,000원 싸다. 기본요금을 기준으로 할 때 대구의 콜비는 3,700원, 부산, 광주, 울산은 3,000원, 대전 2,500원, 서울과 인천은 2,000원으로 대구가 가장 많다.
(사)전국대리기사협회 관계자는 “대구 대리운전 업체들이 요금을 인상하면서 수수료도 올리고 목적지도 알리지 않는 시스템을 밀어부친 것으로 안다”며 “대리기사 처우를 개선했다는 미명 아래 숨어 자신들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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