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년 5월 열겠다고 했던 조선노동당 제 7차 대회 일정 연기 논란으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애매모호한 발언을 북한 언론들이 그대로 보도하면서 빚어진 소동이었다. 북한 관영매체는 이례적으로 일종의 정정보도까지 내며 수습에 나섰다.
당 대회 연기 논란의 발단은 김정은 발언이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오전 김정은의 삼천메기공장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하며 “김정은 동지께서는 삼천메기공장의 방대한 현대화공사를 조선노동당 제7차대회가 열리는 다음해 10월10일까지 얼마든지 끝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대목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다음해 10월 10일까지”라고 말한 부분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10월 30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주체105(2016)년 5월 초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보도대로라면 일정이 10월로 변경된 것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했다.
그러나 보도 이후 정부는 “당 대회 개최 일정 연기와 관련해 포착된 게 없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를 이렇게 발표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연기 가능성을 낮게 봤다.
무엇보다 당 중심 통치체계 복원을 강조한 김정은이 당 의사결정 과정을 생략한 채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보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통 당 대회 일정은 당 중앙위원회 결정을 통해 6개월 전에 예고되는 게 통상 관례다. 또 이날 보도된 노동신문 기사에서는 ‘향도의 당을 따라 희망찬 승리의 5월을 향한’이란 표현이 동원되는 등 당 대회와 관련해 일정 변동이 없다는 분석도 가능하게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김정은이 당 대회 준비 부족으로 인해 전격적으로 일정 연기를 결심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당 대회는 일종의 김정은 시대 선포 세리머니인데, 이를 뒷받침할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 준비가 덜 돼 보인다는 점에서다. 당장 남북당국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한이 얻고자 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진척을 이루지 못했고, 북중 관계 역시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김정은의 발언을 두고 하루 종일 전망이 엇갈린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최신기사를 통해 일종의 정정보도를 내며 당대회가 내년 5월 초에 개최될 것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했다. 통신은 새로 전송한‘세계적 수준으로 전변될 삼천메기공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다음해의 10월 10일까지’라는 식으로 조사 ‘의’를 추가, 의미를 확실하게 했다. 또 기사 말미에는 “우리 당 역사에서 특기할 사변으로 될 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는 주체105(2016)년 5월 초에 열리게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북한의 오락가락 행보에 일각에선 김정은이 대내외 여론을 떠보기 위해 의도된 실언을 구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왔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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