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아버지의 힘만 믿고 35층 아파트로 허가 받은 아파트를 65층으로 올린 중국의 42세 사업가가 결국 투옥되고 완공을 앞둔 아파트도 철거될 처지다.
16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톈진(天津)시 정부는 최근 수이안인쭤(水岸銀座) 아파트 3개 동에 대해 철거 명령을 내렸다. 이 아파트는 부동산 개발상 자오진(趙晉)이 지은 아파트로 톈진시의 중심가 강변에 자리잡고 있어, 2011년 분양 당시 최고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당초 100m 높이의 31층 2개동과 169m의 35층 1개동으로 허가 받은 이 아파트는 건설 과정에서 각각 137m 41층, 188m 58층, 208m 65층으로 높아졌다.
자오진이 이처럼 마음대로 설계를 변경하고 건물을 증축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버지가 자오사오린(趙少隣) 전 장쑤(江蘇)성 상무위원으로였기 때문이다. 사실 자오진은 그 동안 아버지의 관시(關係)와 힘을 등에 업고 톈진뿐 아니라 난징(南京)과 지난(濟南)에서도 무단 설계 변경 아파트 수십 동을 분양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반(反)부패 사정 한파를 자오진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해 자오진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며 그는 연행됐고 아버지도 곧 바로 중국공산당 당적을 박탈당한 뒤 조사를 받게 됐다. 이후 허베이(河北)성 서기, 산둥(山東)성 상무위원, 지난시 서기, 톈진시 공안국장 등 그 동안 가깝게 지냈던 그의 인맥들도 줄줄이 낙마했다.
철거 명령에 따라 기존 분양자에게 돌려줘야 할 자금은 총 66억위안(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빌딩이 도시 중심 지역에 위치해 해체시 폭파 공법을 쓸 수 없어 철거 비용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이 사건을 관얼다이(官二代)에 대한 본보기로 삼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과 고위 공무원 자녀를 뜻하는 관얼다이들은 소위 ‘금수저’로 각종 특혜를 받으며 손쉽게 부와 권력을 누려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모두 170여명의 사망ㆍ실종자를 낸 톈진시 폭발 사고 이후 민심 악화도 이번 강경조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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