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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한은 “저물가 탈출” 합창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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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한은 “저물가 탈출” 합창 배경은

입력
2015.12.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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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물가 고착화 “일본 따를라” 위기감

3%후반이던 잠재성장률 3년만에 3.0%로

전문가들 “심리 개선, 디플레 탈출 도움” 평가

“한은 독립성 훼손ㆍ성장률 착시현상” 우려도

정부가 ‘경상성장률’을 주요 키워드로 꼽고, 한국은행이 2% 단일 물가목표를 내세운 것은 재정ㆍ통화당국이 우리나라 현 경제구조가 더 이상 고성장ㆍ고물가 구조로 진입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는 얘기다. 여기엔 긴 디플레(경기 침체 속 저물가) 늪에 빠져 허덕였던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패러다임 전환 배경은

실질성장률이 정체 내지 둔화되는 상황에서 경상성장률을 중시하겠다는 것은 결국 물가 끌어올리기에 상당히 공을 들이겠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물가란 ‘관리하고 낮추고 억제해야 할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새롭게 정한 목표치(2%)까지는 ‘인위적으로라도 끌어올려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저출산 고령화, 세계적 공급 과잉, 수요 부족 때문에 공급이 넘쳐 전체적으로 저물가 시대로 진행되는 상황”이라 진단하며 “경상성장률을 관리해 저물가 기조에서 좀 더 빠르게 탈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소비자물가가 중기 목표인 2.5~3.5% 범위 내에 단 한 번도 진입한 적이 없을 만큼 저물가 기조가 고착화됐다는 게 정부와 한은의 진단이다.

저성장도 문제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잠재성장률(동원 가능한 생산 요소를 투입해 부작용 없이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성장률)이 2015~2018년 3.0~3.2%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2012년 김중수 전 총재가 3.8%라고 밝힌 지 3년만에 0.6~0.8%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이젠 과열 등 부작용이 없이는 3%대 성장도 쉽지 않아진 것이다.

저성장-저물가를 상수로 떠안게 된 한국 경제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바로 일본이 걸어 왔던 길이다. 실제 일본은 1990년대초 부동산 거품이 터진 뒤 적정 수준 물가 관리에 실패, 경제 외형이 20년 이상 정체되는 저성장을 겪었다. 80년대 일본의 평균 경상성장률은 6.0%였으나 90년대 2.0%로 추락했고, 2000년대에는 -0.7%까지 떨어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한국 경상성장률은 90년대초 일본과 거의 똑같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대로라면 일본 사례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또한 경상성장률은 숫자 증가에 불과하긴 하지만, 이 숫자의 위축이 실제 가계나 기업의 체감경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업은 장부상 매출이 떨어지면 투자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고용을 줄이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가계 역시 명목 임금 상승률이 낮아지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평가ㆍ부작용은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경상성장률을 중요하게 보면서 어느 정도 물가 상승률을 용인하겠다고 밝힌 정책 변화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경상성장률을 중시하면 디플레이션을 벗어나는 효과와 경제 주체 심리를 개선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영 부문장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생기는 상황에서 실질성장률만 보는 것은 문제”라며 “디플레이션 시대에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호평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 역시 “한국 경제의 문제는 총수요가 가라앉는 것이기 때문에 경상성장률 중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세수 측면을 강조했다. 그는 “그 동안 경상성장률 전망이 안 맞아 세수에 구멍이 나는 경우가 반복됐다”며 “세수 추계는 경상성장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경상성장률 중시가 세수에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반면 정부가 경상성장률을 관리 대상으로 삼게 되면 물가관리 당국인 한은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이 행정부 의지에 따라 물가 띄우기(통화 완화)에 떠밀릴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자칫 통화당국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경상성장률을 중시하는 경우 외부 요건에 따라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전성인 교수는 “원자재 가격 하락은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마치 총수요가 늘어나는 것 같은 착시를 줄 수 있다”며 “올해처럼 원유가격이 하락해 자동적으로 디플레이터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착시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올해는 실질성장률이 2.7%,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7%에 불과하지만 원유가격 하락 탓에 경상성장률은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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