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청와대와 여당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많은 부분 상당히 접근했다”며 최종 합의를 압박하면서도 직권상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심사기일 지정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며 “지금의 경제 상황을 그렇다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장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의장은 어디까지나 법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특히 “어제 청와대에서 메시지가 왔길래 ‘법적인 근거를 찾아봐달라’고 오히려 제가 부탁했다”며 “제가 안 하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못하는 것이기에 못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선거구 획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입장이 단호했다. 그는 이달 말까지 처리가 안 되면 ‘입법 비상사태’가 생긴다며 여야가 최종 합의에 실패할 경우 심사기일을 정해 직권상정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의장은 “참정권은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라며 “선거구 획정이 정해지지 않고 12월 31일이 지나며 입법 비상사태라고 지칭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연시쯤에 제가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구 획정에 있어서 의장의 권한이 정해진 게 없고, 또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없다”며 “하지만 모든 책임은 국민 앞에 제가 의장으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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