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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성장률 중시로 디플레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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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성장률 중시로 디플레 잡겠다”

입력
2015.12.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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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16년 경제정책방향]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 않겠다”

전문가들 “심리 개선, 디플레 탈출에 도움” 평가

“한은 독립성 훼손ㆍ성장률 착시현상” 우려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결코 답습하지 않겠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상성장률’을 주요 키워드로 들고 나온 이유는 일본처럼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전반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왜 경상성장률 중시로 돌아섰나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치다. 실질성장률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상성장률을 중시하겠다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의 물가상승률을 용인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물가란 ‘관리하고 낮추고 억제해야 할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정부가 적정 수준의 물가 상승을 방조 내지는 조장까지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저출산 고령화, 세계적인 공급 과잉, 수요의 부족 때문에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 전체적으로 저물가 시대로 진행이 되는 상황”이라 진단하며 “경상성장률을 관리해 저물가 기조에서 좀 더 빠르게 탈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굳어진 한국 경제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바로 일본이 걸어 왔던 길이다. 실제 일본은 1990년대초 부동산 거품이 터진 뒤 적정 수준의 물가 관리에 실패, 경제 외형이 20년 이상 정체되거나 오히려 위축되는 저성장을 겪고 있다. 80년대 일본의 평균 경상성장률은 6.0%였으나 90년대는 2.0%로 추락했고, 2000년대에는 평균 -0.7%로 떨어졌다.

한국의 경상성장률을 봤을 때 이대로라면 일본의 사례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한국처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대 후반일 때 미국의 경상성장률은 5.4%, 호주는 6.5%, 독일은 5.0%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의 4.2%보다 월등이 높은 수치다.

그리고 경상성장률은 삶의 질을 보여주는 실질성장률과 달리 숫자의 증가에 불과하긴 하지만, 이 숫자의 위축이 실제 가계나 기업의 체감 경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기업의 경우 매출액이 떨어지면 투자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고용을 줄이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가계 역시 명목 임금 상승률이 낮아지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소비를 줄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평가ㆍ예상되는 부작용은

상당수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질성장률 못지 않게 경상성장률을 중요하게 보겠다고 한 정책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괜찮은 접근 방식으로 보인다”며 “경상성장률을 중시하게 되면 디플레이션을 벗어나는 효과와 경제 주체 심리를 개선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도 “디플레이션 압력이 생기는 상황에서 실질성장률만 보는 것은 문제”라며 “디플레이션 시대에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호평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 역시 “한국 경제는 총수요가 가라앉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경상성장률 중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경상성장률이 곧바로 총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경상성장률 중심으로 경기 관리를 하면 간접적으로 총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세수 측면을 강조했다. 성 교수는 “그 동안 경상성장률 전망이 안 맞아 세수에 구멍이 나는 경우가 반복됐다”며 “세수 추계는 경상성장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경상성장률 중시가 세수에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다만 정부가 경상성장률을 높이려고 한국은행의 고유 영역인 물가 관리 업무에 지나친 관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으로 물가 수준을 관리하고 정부는 실질성장률을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며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물가를 유심히 보겠다고 한다면 통화당국(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경상성장률을 중시하는 경우 실제 경제의 성장 여부에 관계 없이 외부 요건에 따라 성장률 숫자가 뛰는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전성인 교수는 “원자재 가격 하락은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마치 총수요가 늘어나는 것 같은 착시를 줄 수 있다”며 “올해처럼 원유가격이 하락해 자동적으로 디플레이터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착시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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