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젊은 미술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돼 온 송은미술대상이 15번째 대상 후보로 박보나 박준범 손동현 이재이를 선정하고 11일부터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4인전을 열고 있다.
관계미술 작품을 주로 해 온 박보나의 전시는 미술관 내에서 전시할 수 있는 ‘작품’의 한계를 시험한다. 전시장에 빨래를 너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1967년 구봉광산 붕괴 때 15일간 매몰됐다 구출된 광부 양창선씨가 염분 보충을 위해 작업복을 빨아먹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소리로 재현한 영상이 전시된다.
영상작가 박준범은 아르코미술관 ‘소리공동체’전에서 선보였던 ‘대피소 리허설’과 ‘8개의 언어’를 내놓았다. ‘대피소 리허설’은 실제 크기의 대피소를 만들고 해체하는 작업을, ‘8개의 언어’는 각각 다른 8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함께 퍼즐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한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대화하고 협업해 과제를 해결하는 장면을 관찰한 영상에서 기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손동현은 동양화의 전통적인 기법을 흥미로운 인물화로 재해석해 왔다. 이번 전시에 나온 신작의 소재는 ‘육법(六法)’인데, 중국 남북조 시대의 동양화가 사혁(謝赫)이 지은 ‘고화품록’의 서문에 나오는, 화가가 지켜야 할 여섯 가지 조건을 말한다. 이 여섯 가지 조건을 손동현은 각각 무공을 지닌 고수로 형상화했다. 대상의 생명을 생생하게 그려내라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은 ‘마스터 스피릿’, 화면의 구도를 잘 잡으라는 ‘경영위치(經營位置)’는 ‘마스터 플래닝’으로 표현됐다.
영상작가 이재이는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그의 영상작품 ‘더 퍼펙트 모먼트’는 한쪽 화면에서 나이 든 무용수가 자신의 데뷔 무대를 자세히 설명하면 옆 화면에서 젊은 무용수가 그대로 재연하는 영상이다. 그러나 두 영상은 정확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이따금 끊어지는데, 공연예술이 지닌 ‘순간성’을 포착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과 좌절을 담고 있다.
송은문화재단은 심사위원 11인의 심사를 거쳐 2016년 1월 중 대상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02)3448-0100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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