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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길 없다” 코트의 조율사 깨운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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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길 없다” 코트의 조율사 깨운 한마디

입력
2015.12.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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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한국전력의 권준형(왼쪽 두번째)이 1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동료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한국전력 배구단 제공.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권준형(왼쪽 두번째)이 1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동료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한국전력 배구단 제공.

“도망갈 수 없다면 부딪혀라.”

배구는 ‘세터놀음’이라고 한다. ‘코트 위의 사령관’인 세터의 활약에 따라 경기의 흐름이 바뀌기 때문이다. 최근 4연패에 빠졌던 한국전력도 세터 권준형(26)의 부진과 맥을 같이 했다. 권준형은 4연패 동안 자신감 떨어지는 플레이로 토스를 제대로 올리지 못해 애를 먹었다. 세터가 주춤거리자주포 얀스토크(32ㆍ체코)와 전광인(24)의 공격도 살아나지 못했다.

현역 시절 ‘컴퓨터 세터’로 불린 신영철(51) 한국전력 감독은 후배이자 제자인 권준형의 부진에 속이 탔다. 신 감독은 권준형에게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배구를 그만 두는 것”이라며 “도망갈 수 없다면 자신감을 갖고 부딪혀라. 결과는 감독이 책임지겠다”며 따끔하게 지적했다.

신 감독의 호된 질책이 통한 것일까, 1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권준형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과감하게 공을 올렸고 선수들의 입맛에 맞는 볼 배분으로 경기를 조율했다. 권준형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앞세운 한국전력은 우리카드를 3-0으로 꺾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권준형은 이날 세트성공률 56.94%를 기록했다.

경기 전 “권준형이 스스로 흔들린다. 극복하지 못하면 어려워진다. 심리적 부분을 극복해야 기술적 부분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며 우려하던 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준형이가 잘 극복해줘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스로 이겨낼 힘이 생긴 것이라고 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후 “연패기간 괴로웠다”고 입을 뗀 권준형은 “도망가는 길은 배구를 그만두는 것 밖에 없다는 감독님의 충고가 와 닿았다. 잘하든 못하든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TV로 한선수(30ㆍ대한항공)형이나 유광우(30ㆍ삼성화재)형 등 다른 세터들의 경기를 보면서 ‘난 왜 안될까’라는 생각도 했다. 내 실력이 모자라 혼자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신 감독의 질책이 서운할 법도 한데 그는 “감독님은 현역 때 잘하셨는데 저는 그 만큼 안 되기 때문에 감독님이 더 많이 조언해주셔야 더 잘할 수 있다”며 웃었다.

다소 긴 성장통을 앓은 뒤 권준형은 조금 더 성장했다. 이제 선배이자 스승인 신영철 감독의 기대에 응답할 때다.

수원=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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